“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200여 개의 풍차 날개가 버려집니다. 전통적인 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죠.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건축물이 많은 한국에서도 이런 보존비용과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폐기물을 재활용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네덜란드 건축가 세사러 페이런(40·사진) 씨는 한국 건축과 공공디자인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의 ‘공간 재생과 친환경 디자인’ 심포지엄 강연자로 참석했다. 그는 “좀 더 효과적인 친환경 공공디자인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다음 세대를 위한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수명이 다한 비행기와 풍차의 날개를 모아서 만든 공원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우디자동차의 앞 유리 130개를 선반으로 활용한 네덜란드 스헤베닝언 리조트 내 수제화 매장의 유선형 진열대, 헐린 건물에서 떼어낸 창틀을 엮어 만든 전시 공간 등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기존 용도로는 수명을 다한 재료의 재활용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버려진 세탁기에서 뜯어낸 호스나 낡은 컨테이너만이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이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건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비용과 에너지를 크게 아낄 수 있죠. 새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그는 재활용 디자인이 점점 사람들의 의식 속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