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밤에
‘연극사랑’ 나누고파”
4년전 성당지하창고 개조… 월급없이 자원봉사 열정
‘해설이 있는…’ ‘아마추어에게…’ 열릴땐 소극장 만석
이곳은 1970년대 중반 ‘소극장운동’의 촉매 역할을 한 서울 3·1로 창고극장을 연상케 한다. 아마추어 연극인들에겐 소중한 실험무대이고, 관객에겐 연극인들의 정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연극 사랑방’이기 때문.
시연센은 30여 년간 연극연출가로 활동하는 박은희(55) 대표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박 대표가 국내 1호 교육연극 전문극장인 시연센의 문을 연 것은 2004년. 용현4동 성당이 지하공간을 10년간 무상 제공했고,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으로 소극장을 꾸몄다.
박 대표는 월급 한 푼 없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시연센을 인천의 대표적인 소극장으로 뿌리내리게 했다.
“고 추송웅 씨의 소극장 ‘떼아뜨르 추’의 전신이었던 3·1로 창고극장 개관 멤버로 참여했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입니다. 골목길에서 연극 홍보 전단을 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니 너무 감사할 뿐이죠.”
인천지역에선 박 대표의 지도를 받은 아마추어 연극인 300여 명을 주축으로 ‘인천연극사랑모임(인연사모)’이라는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매년 한 차례씩 시연센 소극장에서 정기 공연을 연다.
인연사모 회원 10명이 제8회 정기공연(12월 6, 7일)을 위해 맹연습 중이다. 작품은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도덕적 도둑’이라는 코믹 연극.
‘해설이 있는 무대’와 ‘아마추어에게 열린 무대’가 열릴 때면 시연센 소극장 100여 석은 관객으로 넘쳐난다.
짝수 달 토∼월요일에 열리는 ‘해설이 있는 무대’는 현대무용, 마임, 시창,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출연자와 대담을 나누는 형식. 10월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작인 판소리 창극 ‘청’에 출연한 국립창극단 단원 요석안, 허종열 씨를 초청해 판소리를 들려주었다.
홀수 달 마지막 월요일에 열리는 ‘아마추어에게 열린 무대’는 일반인들의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등용문. 장기자랑, 손수제작물(UCC)동영상 상영, 독백 무대, 다과를 겸한 수다코너 등 4부로 진행된다.
장기자랑 코너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한다. 독백무대에서는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는 고교생의 연기 한 장면이나 시낭송, 부모와 얽힌 노래, 편지 낭독 등이 이어진다. 수다코너는 참가자들이 갖고 온 떡, 통닭, 물김치를 관객들과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
시연센에서는 또 방학 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연극교실을 마련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연극계 원로 이원경 선생이 1969년에 창단한 극단 ‘고향’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 선생은 소극장이 불법 시설로 분류되던 1970년대 3·1로 창고극장을 개관했고, 이후 서울 대학로 탄생의 계기를 만들었던 인물. 12월 25∼30일엔 극단 고향의 제38회 정기공연 ‘광대 풍속도’가 시연센 소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박 대표는 “시연센은 서울 대학로의 웬만한 소극장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조명기사나 직원만 지원된다면 시연센 무대를 더 많은 사람에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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