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많고 유학자금 지원 탄탄” 대형 로펌 선호
중소로펌 - 개인변호사는 불황에 허덕 ‘양극화’
내년 초 군 복무를 마치고 법조계에 진출하는 군 법무관 중 최상위권 성적자 대부분이 대형 로펌행을 선택했다. 반면 중소 로펌과 개인 변호사 사무실은 불황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늘어 변호사 업계에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성적 최상위 법무관들, 김앤장으로
대법원이 내년 3월 말 제대 예정인 사법연수원 35기 군 법무관 94명을 상대로 최근 지원분야를 조사한 결과 36명(38%)이 대형 로펌행을 확정했거나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검찰 지원자(12명)의 3배로 역대 최다(最多) 규모. 판사 지원자는 45명으로,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밑돌았다.
특히 35기 법무관 중 성적 상위 1∼10등 중 8명이 로펌행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35기 전체 895명 중 연수원 성적이 1, 2등인 법무관도 포함돼 있다.
로펌행 상위권자 8명 중 6명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가기로 했다. 나머지 2명은 법무법인 태평양 등을 택했다. 대체로 연수원 성적순으로 판사-검사-변호사로 나가던 이전과는 양상이 확 달라진 것.
김앤장은 “성적 상위자 6명을 포함해 내년에 15명가량의 법무관을 영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로펌 선호 현상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상위권 로펌은 초봉이 판사 초임보다 2∼3배 높다. 업무비와 유학자금 등 지원도 탄탄하다.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에게 판검사 임용 기회를 주는 ‘법조 일원화’ 추세도 한몫했다. 기존에는 법무관 3년에 변호사 경력 5년 이상이어야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법무관 출신 중 변호사 경력 2년 이상이면 법관 지원이 가능해졌다.
판검사 경력을 쌓고 나서 변호사 개업을 하던 패턴에서 이제는 변호사로 활동한 뒤 판검사를 지망해도 늦지 않다는 커리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 35기 법무관은 “1년 후배 법무관 중 일부 성적 상위자도 이미 대형 로펌과 구두계약을 마쳤다”며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부분 로펌에서 국제적 역량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법원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 당혹스럽긴 하지만 판사 임용 지원 시기(12월 초)가 되면 성적 상위자 상당수가 법원으로 진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 변호사 ‘개점휴업’ 속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A 변호사는 최근 명함에 자신의 집주소를 새기고 다시 개업 신고를 했다. 월 1500만 원가량의 사무실 운영비를 6개월 넘게 연체하다 최근 사무실과 직원들을 정리한 것.
B 변호사는 지난해 동료 변호사들과 법무법인을 만들었는데 최근 문을 닫았다. 사건이 적어 법무사처럼 소장만 써주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세금과 이익 분배 문제로 동료들과 갈등이 생겨 서로 등을 돌렸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휴업하는 변호사가 2004년 126명에서 지난해 364명으로 3년 사이 3배가량 껑충 뛰었다. 교수나 다른 직종으로 옮기는 변호사가 급증한 탓이다.
국내 법률시장의 매출 규모는 연간 1조3000억 원 안팎. 이 중 국내 전체 변호사(약 1만 명)의 10%가 속해 있는 상위 6대 로펌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법조 관계자는 “서울에서 월평균 수입이 500만 원 미만인 변호사가 200명을 넘는다. 이들은 집에 한 푼도 못 갖다 주는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기업 변호사와 국선변호인 모집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