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합격을” 3000배 올려
《해발 850m의 산봉우리 정상에는 밤새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새벽녘에는 찬 이슬이 내려앉고, 한낮에는 따가운 가을햇살이 내리쬔다. 하지만 절을 하는 신도들의 간절한 기도와 염불은 그칠 줄 모른다. “도대체 자식이 뭐기에”라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100일 기도는 물론 정초부터 기도를 드리는 이들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온 지난 주말, 전국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기도처 가운데 하나인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에는 자녀들의 건강과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 때문이다.》
머리위 판석 학위모 연상
전국에 입시 효험 입소문
주말 3만여명 인파 몰려
“낡은 진입로 보수공사를”
부산에서 왔다는 한 수험생 학부모(47)는 “아들이 몸 건강히 수능을 치르고 자신이 소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며 3000배를 이어갔다. 대구에서 온 다른 학부모(52)는 “재수생 딸이 올해는 꼭 명문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100일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관리사찰인 선본사(주지 향적 스님) 측은 “주말인 1, 2일 3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고 추산했다. 향적 스님은 “눈 비 속에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 신도들을 볼 때면 경외감이 든다. 자식 잘되기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과 정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녀들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600만 명가량의 참배객이 몰려드는 이곳 갓바위는 수능철인 11월이 가장 붐빈다. 가파른 계단을 각각 1시간(대구 방면)과 30분(경산 방면)에 걸쳐 올라야 하지만 24시간 참배객이 이어지고, 한낮에는 정상 수백 m 지점부터 오르내리는 인파로 체증을 이룰 정도다. 선본사 측은 참배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도들의 공양미 중 월 100가마를 복지관 등 불우이웃 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산 정상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자연석 화강암으로 조성된 갓바위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팔공산 선본사 관봉 약사여래불’. 국가지정 보물 431호로, 전체 높이가 4m에 이르는 당당한 위풍과 자애로운 얼굴 표정, 어깨까지 내려오는 큰 귀가 인상적이다. 약사여래불이지만 머리에 이고 있는 너비 1.8m, 두께 15cm의 갓 모양 3변형 자연 판석(板石) 때문에 통상 ‘갓바위 부처님’으로 불린다.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님을 위해 한 번 절하고 한 번 쪼는 ‘일배일정’으로 22년에 걸쳐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최근 대구시 측이 갓바위까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불교계가 환경과 성지 보호 차원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곳곳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 참배객들은 “특히 선본사 입구에서 갓바위에 이르는 진입로 콘크리트 도로 구간이 낡고 곳곳에 홈이 패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팔공산=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