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학문의 즐거움’

  • 입력 2008년 11월 3일 03시 01분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김영사)

대학 3학년생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깊이 생각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철저히 지킨 덕분에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잠재 능력을 찾아내고 새로운 나를 발견했을 때 인생의 참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기쁨을 느끼려면 즐겁게 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주장하는 ‘학문의 즐거움’이다.

다음의 글을 논술과 연결시켜 보자.

『(가) 후지모토 역시 나의 그런 일면 때문에 나와 사귀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통학 길에 ‘철학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등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하고 생각했다.

내가 “쇼팽의 음악은 아름다운 음의 조합이다”라고 말하면 그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는 “아니야. 쇼팽만큼 정감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는 없어”라고 말한다. 내가 다시 “정감이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그는 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들의 대화는 늘 그런 식이었다. (42쪽)

(나) 나는 다니가와 수학 선생님한테 만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비록 답은 틀렸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관건이 되는 발상을 확실히 짚고 있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백점을 준 것이었다.

또 선생님이 낸 해답이 틀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럴 때도 선생님은 “본 줄거리가 맞으니까 괜찮다”며 태연하셨다. 나의 답도 틀렸지만 선생님의 말대로 본 줄거리가 맞았기 때문에 만점을 받은 것이다. 만점을 받고 나서 나는 갑자기 그 선생님이 좋아졌고 수학에 몰입하게 됐다. (64쪽)』

정답 맞히면 그만 VS 생각의 과정 우선

어느쪽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길일까요

(가)는 생각하는 기쁨과 생각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학문의 출발은 인간의 생각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눈다면 학문의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

(나)는 다니가와 수학 교사의 특별한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그는 수학 공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바탕을 둔 발상’을 강조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상’이 확실하다면 정답을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 보자.

‘(가)를 통해 학문의 본질을 밝히고 대화가 갖는 효용성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가)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학문의 본질로 여긴다. 생각은 학문의 폭을 넓히는 ‘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특정 분야의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직·간접적인 대화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생각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의 관점에서 오늘날 요구되는 올바른 교육자의 자질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나) 글에 등장하는 다니가와 교사는 수학 교육에 대해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문제를 푸는 ‘생각의 과정’을 중시한다. 그는 문제 풀이 과정의 일부만 설명하고 “이것이 아이디어다. 나머지는 각자 생각하라”는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런 방법으로 공부해야만 학생이 어떤 문제를 접하더라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발상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야말로 모든 교사들이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목표다.

이 책은 학문을 즐기는 사이 인생에 도통해 버린 한 수학자의 이야기다. 학문의 궁극은 지혜를 넓히는 데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단지 고통을 수반하는 시험공부로 여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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