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독서’가 필수다. 다음 항목들을 훈련하며 책을 읽는다면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첫 째, 글의 중심 논지와 쟁점, 중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내 읽는다. 둘 째, 글을 읽으면서 핵심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의 관계가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논증을 재구성하는 연습을 한다. 셋 째, 재구성한 논증을 토대로 논증에서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전제나 원리를 글에서 찾아낸다. 넷 째, 글을 읽으면서 발견한 논증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 보고 그 반론을 다시 반박하면서 비판하는 습관을 기른다. 다섯째, 쟁점에 대해 대안적인 논증을 제시하거나 제3자의 관점에서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최종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이런 사고력 훈련은 명료한 논증 분석과 정확한 논증 비판, 올바른 논증 평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다. 2009학년도 LEET 추리논증 영역 중 논증 영역의 문항들을 살펴보며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대비해보자.
○ 문제 19
다음 글의 주장들에 대한 진술로 옳지 않은 것은?
『A: 자연의 질서 내에서 동물과 같은 비이성적 존재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이성을 가진 인간을 죽이는 것은 부도덕한 행동이지만 동물을 죽이는 것은 그렇지 않다. 동물은 인간의 자비를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 그러나 모든 이성적 존재는 도덕적 대우를 받을 능력과 자격을 가진다.
B: 동물의 권리도 인정되어야 한다. (중략) 권리의 기준은 이성이 있고 없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없음에 있다.
C: 모든 이성적 존재가 그리고 이성적 존재만이 권리의 주체이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이성적 존재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의무를 갖는다. 그런데 동물에 대한 가혹한 취급은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에 위배된다. 왜냐하면 인간 내부에 있는 ‘고통에 대한 공감(共感)’이 이러한 가혹한 취급을 통해 둔화되고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도덕성에 유용한 자연적 소질이 약화되거나 점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① A의 논지에 따르면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의 능력이 동물과 인간 사이의 차별을 정당화하지만, B의 논지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는 동물의 능력이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
② B의 논지에 따르면 이성은 있지만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있을 경우 이 존재가 동물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③ C의 논지에 따르면 이성은 있지만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있을 경우 인간이 이 존재를 죽이는 것은 잘못이다.
④ C의 논지에 따르면 동물에 대한 가혹한 취급은 동물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동물과 관련된 인간의 자신에 대한 의무 위반이다.
⑤ A와 C의 논지에 따르면 인간보다 탁월한 이성과 감성을 가진 어떤 존재가 있을 경우 이 존재가 이성을 가진 인간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다.
○ 풀이
주어진 논변들을 분석하여 주장과 논거들을 찾아내고 그 논리적 관계들을 분석하는 문제다. B는 ‘권리의 기준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의 있고 없음’을 논지로 내세운다. B에 따르면 동물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동물의 권리도 인정되어야 하며 그 누구도 동물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정답은 ②번이다. 정답 ②
○ 문제 21
다음 논증에 대한 비판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고른 것은?
『도박죄의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연에 의하여 승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여기에서의 우연이란 당사자 사이에 확실히 예견되거나 자유로이 지배될 수 없는 사실을 말한다. 다만, 이러한 우연성이 인정되는 한 승패를 가름할 우연성 정도의 차이는 도박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그러나 테니스, 바둑과 같이 당사자의 육체적 정신적 조건, 역량, 재능 등에 의하여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의 경우에 참가자들은 기능과 기술을 다 발휘하려 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를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박죄는 종래에 그 도박성
이 인정되어 온 화투, 카지노와 같이 승패의 지배적이고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내기 골프는 선수의 기량과 재능에 의하여 승패가 좌우되는 운동 경기의 일종이어서 그 승패와 관련하여 재물을 걸었다 해도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보기>
ㄱ. 애당초부터 승패가 결정되어 있는 이른바 사기도박은 도박죄가 처벌하는 도박에 해당되지 않는다.
ㄴ.우수한 골프 선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치는 공의 방향이나 거리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ㄷ. 골프는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이 경기자의 기량과 실력에 의하여 결정되고 사소한 부분에서만 우연성이 개입한다.
ㄹ. 대부분의 운동 경기에서는 경기자의 기량과 실력이 우연적인 요소와 상호 작용하여 승패가 결정되므로 누구도 확실하게 결과를 예견할 수 없다.」
① ㄱ, ㄷ ② ㄱ, ㄹ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 풀이
주어진 논변이나 논쟁에 대해 비판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문제다. 지문의 논증을 재구성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1)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연에 의하여 승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2) 우연이란 당사자 사이에 확실히 예견되거나 자유로이 지배될 수 없는 사실을 말한다.
(3) 내기 골프는 선수의 기량과 재능에 의하여 승패가 좌우되는 운동 경기의 일종이다.
(4) 그러므로 내기 골프는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ㄱ은 제시된 논증과 비교할 때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이다. ㄷ은 오히려 제시된 논증을 지지하는 근거에 해당한다. ㄴ과 ㄹ은 내기 골프의 승패에 경기자의 기량뿐 아니라 경기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 요소가 작용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ㄴ과 ㄹ이 ‘내기 골프는 도박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논증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다.정답 ④
○ 문제 23
다음 글에 제시된 가설을 지지하는 조사 결과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 둥지를 짓는다. 평소 암수는 각자 잠을 자는 둥지를 짓지만 번식기(4월∼5월)가 되면 짝을 만나 새끼를 키울 둥지를 짓는다. 번식기에도 암컷은 밤이 되면 잠을 자는 둥지로 돌아가며 수컷만 새끼들과 함께 번식 둥지에서 잠을 잔다.
조사자는 딱따구리의 번식기에 우리나라 어떤 지역의 A구역과 B구역을 대상으로 딱따구리의 둥지를 조사했다. A구역에는 울창한 숲 사이에 남북으로 곧게 뻗은 약 10m 폭의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동쪽에는 높은 산이 인접해 있어 오전에는 산책로에 그늘이 진다.
B구역은 주위에 산이 없는 평평한 곳으로 나무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조사가 끝난 뒤 이 지역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가 온 날에는 언제나 남풍이 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와 기상 자료를 기초로 조사자는 딱따구리의 둥지에 대해 다음의 가설을 세웠다. 첫째, 딱따구리의 둥지는 어떠한 것이든 비가 들이칠 수 있는 방향은 우선적으로 피한다. 둘째, 잠을 자는 둥지는 둥지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상관하지 않으며 그 입구는 다른 나무로 인한 걸림이 많은 쪽을 향한다. 셋째, 번식 둥지는 가능한 한 오래 빛이 들어오고 다른 나무로 인한 걸림이 적어 수시로 드나들기 쉬운 방향을 선택한다.』
「<보기>
ㄱ. A구역의 경우 번식 둥지는 주로 산책로의 서쪽 가장자리 나무에 있었으며 그 입구는 대부분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ㄴ. A구역의 산책로를 벗어난 울창한 숲 속에는 잠을 자는 둥지만 있었고 잠을 자는 둥지의 입구는 동쪽, 서쪽, 북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빈도는 세 방향이 비슷했다.
ㄷ. B구역의 경우 번식 둥지의 입구는 동쪽 또는 서쪽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빈도는 동쪽과 서쪽이 비슷했다.」
① ㄱ ② ㄴ ③ ㄱ, ㄷ ④ ㄴ, ㄷ ⑤ ㄱ, ㄴ, ㄷ
○ 풀이
가설과 사례의 논리적 관계를 판단하는 문제다. A구역의 산책로에는 오전에 그늘이 진다. 그런데 ㄱ의 번식 둥지는 입구가 동쪽을 향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둥지 속으로 거의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ㄱ의 사례는 번식 둥지는 가능한 한 오래 빛이 들어온다는 세 번째 가설과 충돌한다.
첫째 가설에 따르면 비가 온 날에는 언제나 남풍이 불었으므로 어떤 둥지든 입구가 남쪽을 향하지는 않는다. 둘째 가설에 따르면 잠을 자는 둥지는 둥지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과는 상관이 없다. 따라서 ㄴ은 첫째 가설과 둘째 가설에 모두 부합하는 사례다. 또한 ㄷ은 첫째 가설과 셋째 가설에 부합한다. 정답 ④
○ 문제 30
다음은 거리 지각에 관한 18세기 철학자의 논증이다. 이 논증의 암묵적 전제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거나 창백해지는 것을 지각함으로써 그가 부끄러워하는지 아니면 공포를 느끼는지를 지각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의 얼굴이 붉어지거나 창백해지는 것을 지각할 수 없다면 그의 감정을 지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지각될 수 없는 관념이 그것과는 다른 관념을 지각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동일한 시선상에 있는 대상들은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우리 망막에 같은 점으로 맺히기 때문에 거리 그 자체가 지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가 거리를 시각에 의해 지각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거리는 시각에 의해 직접 지각되는 관념을 통해 지각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광학자들은 우리가 물체를 볼 때 안구를 움직여 두 안구 사이를 지나는 선과 각 안구가 물체를 바라보는 선들이 이루는 각들이 더 작아지거나 커지는 것을 지각하며, 그 결과 자연 기하학의 방법에 의해 그 교점들이 더 가깝거나 멀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광학자들이 설명하려고 하는 선과 각은 결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광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거리는 선과 각에 의해 지각되는 것이 아니다.』
① 거리는 지각되는 대상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각된다.
② 거리 지각은 기하학의 증명이 갖는 확실성을 갖지 못한다.
③ 어떤 것도 지각되는 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식될 수 없다.
④ 선과 각 같은 기하학적 대상들은 지각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
⑤ 광학자들의 이론이 받아들여지려면 기하학의 방법에 의해 증명되어야 한다.
○ 풀이
지문에 명시되지 않은 가정과 전제들을 추리하여 논변을 재구성하는 문항이다. 지문의 논증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1) 지각될 수 없는 관념이 그것과는 다른 관념을 지각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2) 광학자들이 거리 지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기하학적 선과 각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그러므로 거리는 선과 각에 의해 지각되는 것이 아니다. ((1)과 (2)로부터)
(4) 동일한 시선 상에 있는 대상들은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우리 망막에 같은 점으로 맺히기 때문에 거리 그 자체가 지각되는 것은 아니다.
(5) 우리가 거리를 시각에 의해 지각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6) 그러므로 거리는 시각에 의해 직접 지각되는 관념을 통하여 지각된다. ((3), (4), (5)로부터)
①번은 논증의 최종 결론인 (6)과 상충한다. 위의 논증은 거리 지각의 확실성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②번은 논증과 무관한 내용이다. ④번은 위의 논증이 함축하는 내용이므로 논증과 관련은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위의 논증에 따르면 광학자들의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광학자들이 설명할 때 사용하는 선과 각이 지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기하학의 방법에 의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⑤번 역시 논점에서 벗어난 내용이다. ③번은 위 논증 전체를 성립시키는 기본 가정에 해당한다. 정답 ③
김명준 PLS 추리논증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