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지나치게 낮지 않으면 평생 한번만 조사해도 무방
IQ 148 이상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멘사코리아’ 클럽의 회원 윤모(23) 씨. 지방 국립대에 재학 중인 윤 씨의 고교시절 내신은 평균 4등급 수준으로 중위권이었다. 윤 씨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수업시간 선생님의 설명에 흥미를 못 느껴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또래 친구의 따돌림 때문에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녔다”고 기억한다.
전문가들은 IQ가 높으면 학습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학업적 성취나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IQ 외에도 학습에의 동기와 열정, 노력과 건강, 환경에 대한 적응력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IQ 검사 결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둬야 할 내용들을 점검해 본다.
○신뢰도 높은 검사는 필수
자녀의 낮은 IQ 때문에 고민하기에 앞서 자녀가 신뢰할 만한 검사를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단시간에 단체로 응시하는 집단지능검사로는 IQ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시중에는 해외나 국내의 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다양한 유형의 IQ 검사 방식이 있다. 각각의 검사 방식마다 문항 구성에서 결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적지 않다.
피검사자의 IQ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검사는 우선 모집단이 커서 피검사자가 모집단 내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검사 결과를 반영해 수시로 문항을 개선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유아용, 학생용, 성인용 등 연령대에 따라 구분된 검사지를 사용하는지 여부도 신뢰도 높은 검사의 척도다. 어린 자녀가 치르는 검사라면 전문가가 아이와 일대일로 대면하면서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권장할 만 하다. 아이가 검사지에 기재하는 내용만이 아니라, 검사 시간 동안 아이가 보이는 태도, 검사에 대한 몰입 정도, 심리나 신체 상태까지 관찰해 결과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검사 잦으면 결과 왜곡될 수도
전문가들은 IQ 검사는 피검사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비교적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3, 4학년 이전에 실시한 결과에서 IQ가 낮게 나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영주 한솔영재교육연구원장은 “평균인 100만 넘으면 학습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며 “기대보다 수치가 낮게 나왔더라도 아이의 지능 문제라기보다는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한 번 정도 더 검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IQ 검사를 반복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똑같은 검사지로 시차를 두지 않고 검사를 반복하면 자녀가 일부 문항의 답을 외우거나 문제의 패턴을 기억해 검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성인은 1년 이상이 경과한 뒤에 응시해야 검사 결과의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 원장은 “IQ 검사는 어디까지나 아이의 잠재능력을 가늠해 보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수치가 너무 낮지 않은 한 생애 한 번 정도만 검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