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D-9 수험생 학부모가 피해야 할 것

  • 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관동대 의예과 1학년 K(20) 씨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아버지의 질문이 수험생활 중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시험 결과를 떠올릴 때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K 씨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K 씨는 “부모님의 걱정은 잘 알지만 차라리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때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부모가 받는 스트레스나 불안감은 결코 수험생 본인 못지않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걱정이나 관심은 수험생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수능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학부모가 반드시 피해야 할 항목들을 소개한다.》

“공부 잘되니” 무심코 던진 한마디, 자녀 스트레스는 ‘제곱’

○ 지나친 관심 및 시험 관련 질문은 금물!

이 시기 수험생은 책상 앞에 앉아도 좀처럼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의 강도가 세지기 때문이다. 일부 수험생은 부모가 책상정리를 해주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기만 해도 짜증을 부리거나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박재원 비유와 상징 공부연구소 소장은 “마인드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인 만큼 학부모는 수험생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선에서 관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학부모 지희숙(47·인천 부평구 상곡동) 씨는 올해 초 둘째 아들을 연세대에 입학시키기까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재작년에 첫딸이 서울대에 진학한 데 이어 아들도 명문대에 입학하자 주변에서는 부러워했지만 2년 동안 수험생과 같은 고통을 고스란히 치러내야 했던 것이다.

지 씨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사설 모의고사를 보고 온 딸에게 무심코 “시험 잘 봤니?”라고 물었다가 “시험을 못 보면 가장 속상한 사람은 나”라며 울먹이는 딸 때문에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지 씨는 직접 말로 하면 부담이 될 수 있는 엄마의 관심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화이팅!’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문자를 보내면 어김없이 ‘고마워요’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지 씨는 “학부모도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자녀가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가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면 “어려운 점은 없니?” “집중은 잘 되니?”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시험이나 공부에 관련된 질문은 피해야 한다.

수능 관련 정보를 일일이 알려주거나 새로운 참고서를 사다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노파심에서 잔소리를 계속 하게 된다면 노트를 준비해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적어본 뒤 자녀의 자신감을 살려줄 수 있는 내용만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현재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학습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무관심해 보이려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형초 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자녀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수능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도록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험생보다 오히려 부모가 더 긴장하고 초조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의 이런 태도는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학부모 또한 명상이나 복식호흡, 취미활동을 통해 수능 스트레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 체력관리와 음식에 정성들이지 말라!

시험 당일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마무리 학습만큼이나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피로를 푸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되면 학습리듬이 깨질 수 있으므로 5∼10분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피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10분간 족욕을 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간단히 마사지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자녀를 침대에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척추를 따라 꾹꾹 눌러주면 뭉친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손바닥으로 귀를 감싸듯이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귓불 뒤의 움푹 파인 부분을 눌러주면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공부방에 화분을 놓아주는 것도 방법.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호소할 땐 목과 허리 중간지점에 낮은 베개를 놓고 10분간 누워있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에 아랫배에 뜨거운 팩을 올려놔 주면 숙면을 도울 수 있다.

음식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평소 먹지 않던 약이나 사골국 등과 같은 ‘특별식’을 먹고 오히려 탈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소화가 잘 안되는 고지방, 고단백질 음식은 가급적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야참으로는 평소 먹는 양의 3분의 1 정도의 양만 가져다 줘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한다. 사과나 귤 등 산이 많은 과일은 피하도록 한다. 잠들기 2시간 전엔 금식을 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장이 약한 편이라면 시험 당일 평소 싸주던 도시락 이외에 호박죽이나 야채죽을 별도로 준비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따뜻한 생강차나 매실차를 자주 마시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낯선 환경에선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긴장이 증폭될 수 있으므로 주말을 이용해 ‘수능 실전 연습’을 해 둘 필요가 있다. 학부모는 자녀가 수능 당일처럼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아침식사와 입고 갈 옷, 도시락 등을 챙겨주는 것이 좋다. 기상시간과 차편은 자녀와 미리 상의해 결정하고 오후 시간대를 이용해 인근의 학교를 미리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청담여성한의원 맹유숙 원장, 자향미한의원 송지청 원장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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