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IQ는 곧 학습능력? NO!

  • 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중학교 1학년 주모(13) 군은 몇 달 전 어머니의 권유로 인터넷을 통해 지능지수 검사(IQ 검사)를 치른 뒤 풀이 죽어 있다. 검사결과 주 군의 지능지수는 평균선인 10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를 본 어머니 이모(41·경기 과천시) 씨도 크게 실망했다. 그 뒤로 주 군은 수학문제를 풀다가 이해가 안 되면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몇 주 뒤 주 군은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IQ 검사를 하는 사설기관을 찾아 정식으로 테스트를 받았다. 이 씨처럼 자녀의 IQ

검사 결과에 속을 끓이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자녀의 IQ가 기대보다 낮아 실망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IQ는 높은데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부모나 교사에게 꾸중을 듣는 학생도 적지 않다. 낮게 나오면 실망, 높게 나와도 걱정인 ‘애물단지’ IQ검사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살펴봤다.》

○ IQ 높아야 공부 잘한다?

2006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공인회계사(AICPA) 시험에 합격해 내년 3월 홍콩에 있는 외국계 투자은행에 취업할 예정인 권시진(24) 씨. 그는 다국적 화장품 회사가 주최한 마케팅 경진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선발돼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참가했고, 대학 졸업식에서는 학과를 대표해 우수졸업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권 씨의 고교시절 IQ는 95. 권 씨는 “친구들이 ‘두 자릿수 IQ’라며 놀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니 낮은 IQ가 걸림돌이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높은 IQ가 반드시 높은 성적이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천재와 관련된 논문을 집대성해 2006년 출간된 외국의 연구결과(Cambridge Handbook of Expertise and Expert Performance)에 따르면, 예술이나 과학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의 지능지수는 대부분 평균보다 약간 높은 115∼130 선이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14%의 IQ가 이 범위 안에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명 중 14명꼴로 천재가 될 조건을 이미 갖추었다는 뜻이다.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천재 과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IQ도 122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온라인·단체검사 믿을 수 있나?

현재 시행되는 IQ 검사 중에는 결과를 신뢰하기 힘든 검사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학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사설 평가기관에서 IQ 검사지를 단체 구매해 학생들이 풀게 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중간·기말고사와 달리 교사들이 엄밀히 감독하지 않는 데다, 학생들도 학교 내신이나 상급학교 진학 시 제출하는 서류에 결과가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시간 내내 딴청을 피우다가 막판에 무작위로 ‘찍거나’, 친구들과 상의해서 문제를 푸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사 당일 피검사자의 컨디션이나 검사에 대한 몰입도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IQ 검사의 특성상 이러한 조건에서 신뢰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검사도구의 신뢰성 문제도 있다. 일부 IQ 검사는 연령대에 따라 구분된 검사지가 없이 초등생과 중학생이 같은 검사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간단히 응시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몇몇 온라인 IQ 검사 중에는 성인용과 청소년용 검사문항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35) 씨는 “IQ 검사지를 훑어보면 초등학교 3, 4학년생 눈높이에서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기 힘든 문항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맹신하면 자녀에게 평생 상처 될 수도

문제는 IQ 검사 결과를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맹신할 때 발생한다. 일부 교사나 학부모가 IQ 검사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아이들을 IQ에 따라서 다르게 대우하는 이른바 ‘딱지 붙이기(Labelling)’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아이들의 IQ를 알게 된 교사나 부모가, ‘IQ가 높으면 똑똑하고 낮으면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면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낮은 IQ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아이는 자존감 상실이나 학습의욕 저하, 일탈 등을 보일 수 있다.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는 과정에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자신의 IQ가 낮다는 사실을 알면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하는 생각에 주눅들어 잠재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IQ가 기대보다 높아도 부모나 선생님의 적절한 조언이나 지도가 없으면 자만심에 빠져 머리만 믿고 노력은 안 할 수도 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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