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설립인가는 진보정부 10년 동안에 진행된 교육 평준화 정책의 파기를 의미한다. 교육의 수월성과 자율성에 기초한 이명박 정부의 새 교육정책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제의 도입, 자율형사립고의 확대 추진을 놓고도 교육당국과 교원단체의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 정부에서 제기된 ‘서울대 폐지론’으로 상징되는 교육의 하향 평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만큼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분야도 없다. 세계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점에서 인재 양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하향 평준화 정책으로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도 국가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정책에서 변칙적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 특목고는 원래의 설립 취지에 충실하지 못했다. 과학영재를 양성한 과학고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외국어고는 고교입시가 폐지된 이후에 대학입시 준비학교로 전락했다. 외국어고는 해마다 대학입시철이면 제기되는 특목고 우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평준화로 사라진 전국 명문고의 자리를 외국어고가 차지한 셈이다. 이는 누가 봐도 변칙이다. 고교 평준화 정책을 뒤엎은 현실을 교육 당국이 방기해 버린 결과다.
고교입시에 대한 확고한 정책기조도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난데없이 중학교까지 실질적인 입시를 도입하는 방안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에 떠밀린 소위 로또식 무작위 추첨 전형은 더욱 희화적이다. 우선 고교입시부터 정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학생의 다양한 학교선택권과 수학권(修學權)을 보장해야 한다. 특목고를 폐지할 수 없다면 장점을 살려 나가야 한다. 외국어고 과학고는 전문영역에 부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민족사관고와 상산고도 설립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와 선지원제도의 확대를 통해서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교원평가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을 위해 새로운 교육기회의 창출이 필요하다. 전북 순창군이 설립한 기숙형 공립학교인 ‘옥천인재숙’은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눈에 띄게 실력이 향상된 인재숙 학생에 대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다. 순창군의 파격적 지원이 없다면 대학입시에서 어떻게 농어촌 학생이 대도시 학생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에 따라 공립고교의 입학생을 결정하는 것은 평등권 위배라는 취지로 개선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공교육 평균화의 틀 속에 얽매여 새로운 도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말이 공립과 사립이지 평준화 이후에 공립고와 사립고의 차이는 사실상 허물어진 상태다.
우리 헌법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즉 수학권은 능력과 균등의 두 요소를 포괄한다. 그간 균등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별을 도외시하지 않았는지 성찰할 때다. 교육의 기회 균등과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땜질식 처방으로 화를 자초하지 말고 이제 교육입국의 청사진을 설계하고 제시하는 데 힘을 모을 때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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