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산업단지 공간 부족… 필요한 면적의 절반 불과
하남시 축사 개조해 공장 창고 사용… ‘범법자’ 양산
광주시는 상수원보호 묶여 공장 설립 사실상 봉쇄
■ ‘수도권 규제 완화’ 소외된 중소도시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에 대해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기업 중심의 규제완화 조치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완화효과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난개발에 시달리다 이제 막 체계적인 개발 청사진을 짜고 있는 경기 광주시, 남양주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복규제에 묶여 수십 년간 낙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평군, 여주군 같은 지역에도 완화효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수도권 이름에 묶여 ‘올스톱’
대학생들의 단골 수련회(MT) 장소였던 가평군 대성리 관광지. 관광객이 한때 10만 명 안팎이었지만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규모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3만 m² 이하만 가능해 신규 관광지 조성도 어렵다.
가평군과 바로 맞닿아 있는 강원 춘천시 강촌 유원지와 남이섬이 대규모 리조트 등 시설 확충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바로 인접해 있지만 강원도는 수정법과 상관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가평군 인구는 춘천시의 20%에 불과하지만 이중 삼중의 규제를 더 받고 있는 셈이다.
가평군 관계자는 “가평군 전체 지역 843km²가 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에 포함돼 있다”며 “말만 수도권일 뿐 이렇다 할 개발사업 하나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사가 한창인 파주시 교하신도시에는 택지조성에 따라 기존 719개의 공장이 이전을 해야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정법에 따라 산업단지 물량이 배정되어야 하는데 배정 물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대상 공장 면적은 71만7000m²이지만 현재 확보된 산업단지 물량은 그 절반인 35만m²에 불과하다. 파주시는 부족한 면적 36만7000m²를 국토해양부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범법자 양산하는 규제
하남시는 전체 면적의 85.7%인 79.7km²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돼 있다. 하남시청 주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상태다.
30여 년간 개발이 정체된 그린벨트를 점령한 것은 축사다. 올 상반기 현재 4000곳의 축사가 그린벨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축사들이 창고나 공장 등으로 불법 용도변경돼 사용 중이라는 것.
하남시는 2000년 7월 이후 그린벨트 내 축사 건립을 불허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기존 축사의 용도변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매년 200여 명 안팎이 단속에 걸려 이행강제금을 내고 범법자 신세가 되고 있다.
하남시는 중소기업 전용 물류단지를 조성해 이들을 합법적으로 이전할 구상을 수립했다. 그러나 개발할 땅이 없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하남시 관계자는 “시 전체 면적의 80%가 넘는 곳이 그린벨트에 묶여 있다 보니 사실상 개발할 곳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개발 가능한 곳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호평동 일대 46만4000m²의 땅은 10년째 대학 설립 예정 터로 남아 있다.
남양주시는 상명대와 함께 1997년부터 이곳에 제3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나 수정법상 대학교 신설 금지와 대학 증설 자체가 제한돼 있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염총량제는 새로운 규제나 마찬가지
수질보전을 목적으로 한 상수원 주변 지역의 과도한 규제도 문제다.
광역상수도 상수원보호구역인 광주시의 경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류방향으로 유하거리(하천의 중심선을 따라 물이 흘러 들어가는 방향으로 잰 거리) 20km 이내에서는 개별 공장의 입지가 제한된다.
20km 기준을 적용하면 이천시, 용인시 경계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이 이곳에 포함된다. 시 전체 면적의 63%(273km²)에 해당된다.
정부가 오염총량제 도입을 전제로 개발사업 규모 확대를 추진키로 했지만 이처럼 중복규제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오염총량제는 하천의 목표 수질을 정한 뒤 그에 맞는 규모만큼의 개발사업만 추진하는 제도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부가 유하거리 범위 축소를 추진하는 등 일부 완화가 예상되지만 다른 규제 법률이 워낙 많다”며 “어지간한 산업단지 한 곳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여주군은 오염총량제의 의무화를 줄곧 반대해 왔다. 여주군 면적의 49%도 팔당특별대책지역 및 수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여주군 관계자는 “사실상 수질 관련 규제완화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오염총량제 실시를 전제한 것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무산 등
경기도 “풀리지 않은 규제 더 많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공장 설 수 있게 해줘야”▼
그러나 경기도는 아직까지 중요 규제가 풀리지 않은 탓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 폐지 등을 주장한다.
경기도가 정부의 규제완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이다.
산업단지 내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다는 게 정부 발표지만 정작 수년째 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이 첨단 공장을 위한 완화 조치는 없었다.
자연보전권역에 자리 잡은 이 공장은 배출하수에 구리가 일절 배출되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공장 증설이 가로막혀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환경부 고시를 고쳐 엄격한 기준을 만들면 그에 맞는 설비를 갖추겠다는데도 조치되지 않아 공장을 증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대도시인 성장관리권역 내에서 첨단업종에 대한 증설은 가능하도록 규제가 다소 풀렸지만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경기도의 불만이다.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점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또 연천, 가평, 양평, 여주 등 4개 군(郡)지역과 동두천시 등 5개 지역은 낙후도가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므로 수도권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경기도의 꾸준한 주장도 정부의 규제완화대책에 포함되지 못했다.
국방을 위해 군사보호구역 규제를 받는 지역과 서울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느라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 주민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군사시설 주변 지역 지원 특별법을 개정해 지원책이 나오도록 하고 팔당 유역의 7개 시군에 대해서는 댐 용수 사용료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도 관계자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일부 완화한 점은 다행이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규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규제의 원천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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