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등 상습 지역 내주부터 기획 단속
서울 시민들은 교통 문제 가운데 택시의 승차 거부 행위를 가장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의 승차 거부는 금요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사이에 강남역 사거리 부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서울시 민원전화 서비스인 다산콜센터(국번 없이 120)에 접수된 1만9581건의 교통 불편 신고를 분석한 결과 택시의 승차 거부 민원은 6270건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택시운전사의 불친절(2670건)과 부당요금 징수(1791건)가 뒤를 잇는 등 택시 관련 민원은 총 1만5200건(77.6%)이나 됐다. 버스 관련 민원은 4294건(22.0%)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가장 많은 민원을 제기한 택시의 승차 거부를 뿌리 뽑기로 하고 이달 중순부터 다양한 대책을 시행한다.
○금요일 밤 12시∼다음 날 오전 2시에 가장 많아
서울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는 김영진(37·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는 지난해 송년회 때 뜻하지 않은 외박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금요일에 직장 동료들과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는데 귀가할 때 도저히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 콜택시 회사에 전화했더니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나가는 택시들은 야속하게 손님을 가려 태웠다.
취기가 올랐던 김 씨는 인근 사우나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들어가서는 부인에게 백배사죄를 해야 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요일별 택시의 승차 거부는 금요일이 2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목요일(16.0%)과 토요일(15.5%), 수요일(13.9%) 순이었다.
시간대별로는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사이에 승차 거부를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38.4%로 가장 많았다. 오전 2∼6시가 19.1%, 오후 9시∼밤 12시가 18.5%였다. 또 법인택시(4675건)가 개인택시(1595건)보다 3배가량 많았다.
○홍대-종각역 부근 등 가장 많아
서울시내에서 택시 승차 거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강남역 사거리로 전체 신고 건수의 9.9%나 됐다. 이어 홍대입구(6.0%) 종각역 부근(4.5%) 신촌로터리(3.3%) 순이었다.
서울시는 이를 포함한 택시의 상습 승차 거부 장소 10군데를 요일별과 시간대별로 상세 분석해 다음 주부터 기획 단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을지로 입구를 단속할 때는 목요일 밤에 집중 단속을 벌인다. 서울시내 대다수 지역은 금요일에 승차 거부가 가장 많지만 직장인이 많은 을지로 주변은 특이하게도 목요일 밤 승차 거부가 45.1%로 가장 많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의 승차 거부는 화요일 낮 시간에 빈발해 단속도 이 시간대에 집중된다.
○택시조합과 노조도 ‘손님 태워주기’에 참여
단속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 중심이 아니라 ‘손님 태워주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올해 8월 신설된 교통지도담당관실 직원 20여 명과 택시조합 소속 200여 명은 승차 거부 빈발 지역에서 손님을 차례대로 택시에 태워준다. 택시 운전사가 이를 거부하면 2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이달 중순부터는 택시 노조에서도 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송년회 철인 12월 중순부터는 25개 자치구 직원들까지 참여해 서울시내 97개 택시 밀집 장소에서 ‘태워주기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승차를 거부하거나 손님을 가려 태우는 택시를 신고하면 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행위 신고포상금 지급조례 개정안’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신대현 교통지도담당관은 “택시의 승차 거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철저한 분석에 따라 ‘맞춤형’으로 집중 단속하는 데다 공무원은 물론 택시운전사들까지 참여하기 때문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