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수정은 필자 자율에 맡길 것 요구
교과부 “대화 통해 수정내용 합의 이룰것”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집필진이 좌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교과서 표현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권고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교과부는 집필자들을 설득해 11월 말까지 수정 합의안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집필자협, 수정 거부=‘한국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는 4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인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교과부의 수정권고를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에는 △금성출판사 김한종(한국교원대) 홍순권(동아대) 김태웅(서울대) △대한교과서 한철호(동국대) 김기승(순천향대) △법문사 김종수(군산대)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주진오(상명대) △천재교육 한시준(단국대) 박태균(서울대) 교수 등 두산동아를 제외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출판사 5곳의 저자 중 9명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정권이 바뀌면 제도를 무시하고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정권고는 역사의 오점”이라며 “역사 교육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대통령과 교과부 장관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또 “교과부는 법적 근거도 없고 권한도 규정돼 있지 않은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열흘 남짓 만에 수정권고안을 만들었다”며 “수정권고 50개 중 절반 이상은 숫자 채우기식의 첨삭지도 수준으로 이는 좌편향 논란이 얼마나 허구였는지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홍순권 교수는 “사실관계의 오류나 좀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면 마땅히 수정하겠다”며 “이는 좌편향과 관계없이 집필자의 의무이므로 수정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수정권고를 철회하고 집필자의 자율에 맡길 것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의 실체와 진행과정을 밝힐 것 △교과부가 집필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고 대화와 토론에 나설 것 △편수인력 대폭 증원 등 10개항을 요구했다.
▽교과부, “집필자 직접 설득”=교과부는 집필진협의회가 교과서 기술의 다양성을 주장하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해치거나 국민의 자긍심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까지 인정할 수는 없는 만큼 편향성이 지적된 항목들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집필진협의회가 수정권고안의 내용이 틀렸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은 수정권고안이 타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정 협의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교과부는 집필진이 교과서 수정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수정권고를 거부한 것인 만큼 집필진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수정의 필요성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는 집필진과 대화 및 토론에 적극 나설 생각이고, 이는 집필진의 요구사항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대화를 통해 수정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직권 수정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은 집필진 중 상당수는 수정권고한 부분을 고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며 “각 출판사가 수정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보내오면 집필진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