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느낄 수 있어요”
지난달 31일 인천 강화도 광성보.
비가 오는 날씨에도 시각장애학생 42명이 인하대 평생교육원 소속 전문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광성보는 근대기 강화도의 대표적 국난극복 현장. 137년 전 미국이 대동강에서 발생한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한 책임과 통상을 요구하며 강화도를 공략해 초지진을 함락한 뒤 광성보를 공격하자 어재연 장군과 조선 수비군 350여 명이 미군과 맞서 싸우다 순국했다.
김선도(15·인천 혜광학교) 군은 “말로만 듣던 역사체험 학습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쁘다”며 “강화에는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적도 많아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원은 이날 10년간 진행해 온 강화역사기행에 처음으로 장애학생들을 초청해 특별한 문화체험 행사를 열었다.
평생교육원은 장애학생들의 경우 신체적 정신적 특징 때문에 문화 역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애학생 42명과 자원봉사자 43명 등 모두 91명이 참가해 강화 고인돌, 강화산성 북문, 진송루, 광성보 등을 둘러봤다.
장애학생들은 “비록 역사의 현장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손끝과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역사기행이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권근영(29·세종장애아동후원회) 씨는 “지적장애,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만나봤지만 시각장애학생들과는 처음으로 역사기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긴 시간을 함께했다”며 “이동 문제 등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하대 평생교육원이 1999년부터 시작한 역사기행은 총 22차례에 걸쳐 시민 53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1883년 개항과 함께 인천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그 흔적은 인천 강화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선사시대 유적을 비롯해 다양한 향토 문화 유적을 간직하고 있어 역사체험 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평생교육원은 향토문화 유적의 중요성을 알리고 주민 대상의 평생교육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역사기행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역사기행에서 문화유적 해설강사를 맡고 있는 김현석(사학과) 씨는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기행에서는 성공회성당, 강화성당, 분오리돈대 등 다양한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는데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참가자들에게 뜻 깊은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영복(경영학부 교수) 평생교육원장은 “역사기행은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봉사 차원을 넘어 소외계층에 대한 역사교육을 맡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랑받는 평생교육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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