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위장결혼이었더라도 사랑으로 승화됐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경우 부장판사)는 6일 위장결혼(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혐의로 기소된 중국동포 전모(46·여) 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 씨는 2002년 현지의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해 한국인 박모(58) 씨를 만났다. 박 씨는 중국 여자와 위장결혼을 하면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중국으로 건너가 있었다.
이듬해인 2003년 전 씨는 허위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 관할 구청에 제출했다가 2006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이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해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10월이지만 7개월여 뒤인 2003년 5월 혼인 신고할 무렵에는 서로 사랑의 감정이 일어나 진정으로 혼인할 의사가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위장결혼의 경우 사례비로 수백만 원의 돈이 오가는데도 박 씨가 전 씨의 사정을 생각해 돈을 받지 않은 사실, 박 씨와 4년간 살아온 전 씨가 최근 유방암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박 씨 곁을 떠나지 않은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점으로 보아 이들 결혼의 진정성까지 의심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