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여아 추락사 정신장애 초등생 소행 추정

  • 입력 2008년 11월 9일 16시 35분


광주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2세 여자아이가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초등학생을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9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8일 오후 2시45분경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 3층에 사는 A(2) 양이 떨어져 있는 것을 어머니(29)가 발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 양의 어머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내릴 때 딸이 장난삼아 엘리베이터에 다시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계속 위로 올라갔고 딸을 찾아 헤매는 사이 갑자기 밖에서 '쿵'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딸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 양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B(11·초등 4년) 군을 추락사고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해 조사 중이다.

CC-TV에는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고 있던 A 양이 6층으로 올라가자 B 군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과 13층에서 B 군이 A양을 데리고 내리는 장면, A 양이 아파트에서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B 군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A 양이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B 군과 마주친 뒤 B 군에게 이끌려 13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CC-TV 장면과 아파트 복도 난간 높이가 117㎝로 키가 86㎝인 A 양이 뛰어내리기에 너무 높은 점 등으로 미뤄 B 군이 A 양을 아파트 복도에서 밖으로 집어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B 군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충동적 행동장애'로 1년 전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평소에도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B 군의 어머니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B 군을 조사했는데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그림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을 그리고 A 양을 밖으로 던진 사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 군이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데다 일부 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10일 A 양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B 군의 살인혐의가 인정된다 할지라도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이기 때문에 관련 사건을 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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