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옛정 믿고 로또 당첨금 맡겼건만…

법원, 18억 안돌려준 사실혼 아내 법정구속

배우자와 이혼한 채 홀로 자식을 키우던 40대 초반의 A 씨와 B(39·여) 씨는 2001년 한 헬스클럽의 강사와 회원으로 만나 같은 해 7월 결혼식을 올렸다.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2년 뒤 딸까지 낳을 정도로 원만한 재혼 생활이었다.

그러나 B 씨가 시댁과 갈등을 빚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A 씨는 별거생활에 들어갔다. 이후 2005년 11월 A 씨가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

A 씨는 B 씨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당첨금 18억8000여만 원을 함께 수령했다. 당시 신분증이 없었던 A 씨는 당첨금을 B 씨 명의의 여러 계좌에 입금했다.

A 씨는 우선 차량 구입비 등 7000여만 원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부모 전세금 5000만 원의 인출을 요구했으나 B 씨는 거부했다. B 씨는 오히려 “6억5000만 원을 줄 테니 나머지 돈(11억6000만 원)을 포기해라. 안 그러면 돈을 복지단체에 기부하겠다”며 버텼다.

이에 A 씨는 지난해 4월 당첨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1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고 이어 B 씨를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재혁)는 최근 열린 선고공판에서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증거로 볼 때 당첨금은 A 씨 소유이고 이의 반환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횡령”이라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B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