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동명여고 운동장에서 열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소집에는 눈에 띄는 수험생 두 명이 참석했다.
늦깎이 여고생인 이희숙(61) 김명순(57) 씨는 자식보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시험 볼 교실과 책상을 꼼꼼히 살폈다.
사돈지간이자 평생교육기관인 일성여고 3학년 5반 동기생이기도 한 두 사람은 “사돈, 우리 내년 봄에는 나란히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를 걷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김 씨는 “‘지금 안 배우면 영원히 못 배우겠다’는 생각에 2004년 사돈과 함께 중학 과정에 등록했다”며 “수능이란 큰 시험을 앞두고 걱정도 되지만 사돈과 함께하게 돼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등하굣길 차 안에서 수다를 너무 떨다 보니 사돈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며 “이제 우리는 사돈이 아닌 여고 동창생”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숭의여대, 김 씨는 한양여대 2학기 수시모집 전형에 원서를 넣은 상태다.
김 씨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꿈도 꼭 사돈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를 위한 배움의 터인 일성여중고에서는 이번에 166명이 수능에 응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