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봄엔 대학생 돼 봅시다”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00분


사돈지간으로 13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함께 치르는 이희숙 씨(왼쪽)와 김명순 씨. 연합뉴스
사돈지간으로 13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함께 치르는 이희숙 씨(왼쪽)와 김명순 씨. 연합뉴스
늦깎이 수능 응시생 이희숙-김명순 씨

12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동명여고 운동장에서 열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 소집에는 눈에 띄는 수험생 두 명이 참석했다.

늦깎이 여고생인 이희숙(61) 김명순(57) 씨는 자식보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시험 볼 교실과 책상을 꼼꼼히 살폈다.

사돈지간이자 평생교육기관인 일성여고 3학년 5반 동기생이기도 한 두 사람은 “사돈, 우리 내년 봄에는 나란히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를 걷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김 씨는 “‘지금 안 배우면 영원히 못 배우겠다’는 생각에 2004년 사돈과 함께 중학 과정에 등록했다”며 “수능이란 큰 시험을 앞두고 걱정도 되지만 사돈과 함께하게 돼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등하굣길 차 안에서 수다를 너무 떨다 보니 사돈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며 “이제 우리는 사돈이 아닌 여고 동창생”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숭의여대, 김 씨는 한양여대 2학기 수시모집 전형에 원서를 넣은 상태다.

김 씨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꿈도 꼭 사돈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를 위한 배움의 터인 일성여중고에서는 이번에 166명이 수능에 응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영상취재: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이웅기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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