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내년 수능우선선발 안한다”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2분


특목고생 우대 논란-공교육 정상화 영향 감안한 듯

서울대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우선선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2일 서울대 관계자는 “13일 열리는 2010학년도 입시안 학장회의에서 수능우선선발안이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우선선발제는 내신이나 논술, 면접 등을 일절 반영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전형방식이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은 정원의 30∼50%를 수능우선선발 전형으로 뽑고 있다.

서울대는 수험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이고, 정시와 수시로 나뉜 복잡한 입시 제도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최근까지 수능우선선발 전형의 도입을 검토해 왔다.

실제로 올해 3월 열린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학장회의 때에는 정시모집 정원의 30%를 수능우선선발로 뽑는 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이 전형이 내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해 ‘특목고 우대’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격론 끝에 부결됐다.

그동안 서울대에서는 수능우선선발제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돼왔다.

한 단과대 학장은 “현 서울대 입시제도는 내신이 취약한 수험생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다양한 배경의 수험생을 뽑기 위해 수능우선선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목고 출신을 비롯해 수능 고득점자를 다른 대학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능우선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특기자전형으로 과학고 출신을 많이 뽑는 이공계에 비해 인문계는 특목고 학생을 고려대 연세대에 상당수 빼앗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전 과목 1등급 245명 가운데 121명이 연세대 경영대에 지원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 않다. 서울대가 수능우선선발제를 도입하면 특목고에 대한 입시과열이 극심해져 공교육이 더 피폐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최근 고려대가 올해 수시 1차 전형에서 실질적 고교등급제로 특목고 학생을 우대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서울대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수능우선선발안을 학장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 제도가 고교 공교육 정상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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