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 원을 들여 만든 국립과천과학관이 14일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685가지 주제의 전시물 4203점이 설치돼 국내 최대 규모이며, 미국과 일본 등 과학 선진국의 과학관과도 어깨를 견줄 만하다. 과천과학관 측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체험 학습의 장이자 국민과 소통하는 과학문화 공간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개관을 앞둔 과천과학관을 미리 찾았다. 》
기초과학관
실시간 과학정보 이용 쓰나미 등 생생하게 체험
어린이체험관
전시물 97%가 실습형… 스파이더맨 비밀 밝혀
첨단기술관
우주정거장 주거모듈모형서 우주인 생활 재현
자연사관
46억년전 역사속으로… 중생대 파충류 등 관찰
○ 기초과학관
약 2억 년 전 지금의 6개 대륙은 모두 합쳐져 있었다. 과학자들은 그 거대한 대륙을 ‘하나의 땅’이란 뜻의 독일어인 ‘판게아’라고 부른다.
14일 문을 연 국립과천과학관의 기초과학관에 있는 지진 시뮬레이터에 탑승한 관람객들은 가상의 ‘판게아 국립공원’으로 이동한다. 입체영화관에서처럼 특수 안경을 쓰고.
어? 그런데 조짐이 이상하다. 관람객이 탄 차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이내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지진이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판게아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 한순간에 온통 아수라장이 된다.
“앗, 여러분!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속도를 높여 고지대로 이동하겠습니다!”
가이드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관람객을 태운 차가 급정거를 해 서둘러 방향을 바꾼다. 멀리 구조용 헬리콥터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때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 4분 30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찔한 경험이다. 관람객이 이곳에서 간접 체험하는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올 5월 중국 쓰촨 성을 강타한 지진(규모 7.9)보다 강하다. 과천과학관은 시뮬레이터와 입체영상장치, 실시간 과학정보 등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중심으로 운영된다. 전시물 총 4203점 가운데 51.6%가 이 같은 ‘체험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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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탐구체험관
기초과학관 바로 옆 어린이탐구체험관은 체험의 개념이 더 강조돼 있다. 이곳 전시물의 97.2%가 실험이나 실습 형태다. 어린이탐구체험관에 들어서면 맞은편 벽에 거꾸로 달라붙어 있는 영화 주인공 ‘스파이더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은 손에서 거미줄을 길게 뽑아 여기에 매달려 건물 사이를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거미줄의 지름은 머리카락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부가 용수철처럼 생겨 3배나 늘어날 수 있고, 단위 굵기당 강도가 총알을 막는 방탄복에 쓰이는 케블라 섬유보다 강하다.
○ 첨단기술관
첨단기술관 2층으로 올라가면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다. 바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다. 이 박사가 올해 4월 다녀온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주거모듈 모형 안으로 들어가면 실제 그가 우주에서 진행한 실험 과정이 상영되고 있다.
별을 뜻하는 ‘즈베즈다’라는 러시아 이름의 이 주거모듈은 ISS의 우주인들이 먹고 자는 생활공간. 실제 우주인이 쓰는 우주화장실과 우주침낭이 이 박사가 ISS에서 담아온 동영상을 토대로 재현돼 있다.
즈베즈다 옆은 관람객이 직접 우주인이 돼 보는 스페이스센터. 월면점프장치 의자에 앉아 손잡이를 잡고 뛰면 체중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 자연사관
첨단기술이 보여주는 미래 세상에서 빠져나와 자연사관으로 이동하면 46억 년의 지구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자연사관 ‘진화의 장’ 코너에서는 중생대 동안 바다를 지배했던 해양 파충류의 실물 화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암모나이트 같은 연체동물을 잡아먹고 산 길이 약 7m의 어룡 ‘틸로사우루스’와 돌고래의 조상인 ‘이크티오사우루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과천과학관은 14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개관 기념행사를 연 뒤 오후 2시부터 일반 시민에게 개방한다. 연말까지는 무료이며 내년부터 20세 이하는 2000원, 21세부터는 40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1일 해설자’로
KIST 인간형로봇 ‘마루’ 2년간 전시
■ 개관행사-특별전시 풍성
국립과천과학관은 개관을 맞아 관람객에게 다양한 행사와 특별 전시물을 선보인다.
14일 과천과학관 2층 첨단기술관 스페이스캠프 코너에서는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1일 ‘우주해설자’로 나선다. 우주인 선발과 훈련 과정, 10여 일간의 국제우주정거장 생활 등 우주에서의 체험을 관람객에게 생생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첨단기술관 로봇 코너에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마루’가 2년간 전시된다. 키 135cm, 무게 58kg의 마루는 걸어가면서 양팔을 흔들며 인사하는 등 사람의 다양한 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 있다.
이 외에 2009년 5월까지 열리는 특별전시 ‘다윈전’과 20일까지 열리는 ‘과학으로 보는 예술, 예술로 보는 과학’ 전시, 어울림홀에서 16일까지 열리는 과학체험뮤지컬 ‘어드벤처 뉴턴’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과천과학관의 전시면적은 1만9127m². 규모나 전시공간 면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엄은 6512m², 일본 국립과학미래관은 7750m²다.
장기열 과천과학관장은 “인터넷으로 전시물을 가상 관람하는 사이버전시관과 코스별, 연령별 등 맞춤형 관람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관람안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과천과학관은 홈페이지(scientorium.go.kr)에서 예약을 받아 하루에 2, 3회 운영하는 2시간 순회설명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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