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리 영역과 외국어 영역이 까다로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밝힌 영역별 난이도와 출제 경향, 특징 등을 정리한다. 》
[언어] 지문 전체적으로 짧고 쉬운 편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고, 9월 모의고사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 지문은 전체적으로 짧고 쉬운 편이었으나 자료의 세부 정보를 적용하는 문제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제가 많았고, 교육방송(EBS) 강의와 연계성도 높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학에서는 현대소설 ‘역사’(김승옥), 고전소설 ‘박씨전’(작자 미상), 현대시 ‘님의 침묵’(한용운), 고전시가 ‘춘면곡’(작자 미상) 등이 EBS에서 다뤄지는 등 쉽게 접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출제됐다.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홍파)도 수험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었다.
비문학 분야의 지문들은 다소 생소한 유형으로 제시됐지만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문이 제시됐다. 듣기에서는 라디오 방송이나 토론 등을 통해 언어 사용의 실제성을 강조했다.
[수리] 정보이론 등 실생활 소재 등장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그러나 9월 모의고사 때보다는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평이다.
‘가’형의 경우 수학Ⅰ에서 12문항, 수학Ⅱ에서 13문항, 선택 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에서 각각 5문항씩 출제됐다.
‘나’형은 ‘가’형에서 출제된 수학Ⅰ의 12문항을 포함해 모두 30문항이 출제됐다. 단답형 문항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9문항(30%)이 출제됐다.
‘가’형과 ‘나’형 모두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간단한 계산 문제가 줄어든 반면에 두 단원이 통합된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들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가’형의 20번 벡터 문제는 평소 많이 다뤄 봤더라도 막상 풀이에서는 쉽게 접근하지 못했을 문제였다. 또 24번(공간도형) 25번(벡터) 문항도 상위권의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제였다.
‘나’형에서는 8번(핸드볼), 15번(봉사활동), 17번(정보이론)과 같이 실생활을 소재로 한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17번은 확률과 로그를 합친 문제로 두 단원이 통합된 문제라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장문 독해 ‘빈칸 추론’ 새 유형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렵지만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분석이다. 고난도 문항을 4, 5개 출제해 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인 것과 최근 몇 년간 출제되지 않았던 긴 지문 유형이 다시 등장한 것이 특징이다.
총 50문항 중 듣기 및 말하기 영역이 17문항, 읽기 및 쓰기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33문항 출제됐다. 어휘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다소 높아졌으며 지문의 길이도 길어졌다. 6월과 9월의 모의평가에 이어 지문의 길이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갔다.
듣기에서는 그래프와 관련된 문제(1번, 11번)가 두 문제 출제됐고, 2번(웅변 콘테스트), 3번(헌혈), 5번(인터넷 쇼핑몰의 운영) 문제 등 실생활의 독특한 소재가 주를 이뤘다.
어법 문제는 전반적으로 평이했지만 29번은 그림을 보며 어휘를 추론하는 유형으로 지문의 길이가 길어졌고 정확한 독해를 요구해 상위권 변별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관한 문제(40번)는 구문과 내용이 어렵고 글의 호흡도 길어서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느꼈을 수 있다.
2007학년도 수능 이후 출제됐던 ‘핵심 쟁점 추론’이 출제되지 않은 대신 장문을 읽고 어구의 의미와 빈칸의 내용을 추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탐구] 사탐, 시사성 있는 문제 많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됐지만 일부 과목에서 몇몇 까다로운 문제가 수험생을 괴롭혔다.
사회탐구에서는 언론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시사성 있는 소재를 활용한 문제가 많이 출제돼 평소 신문 등을 통해 시사 쟁점을 접한 수험생들이 유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사는 단순암기보다 논리적 접근 문제가 많았으며 국사 범위에 새로 추가된 근현대사에서는 문자로 된 교과내용을 통계로 추정하는 문제가 다소 까다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문화에서는 예년에 2문제씩 출제되던 사회통계 관련 문제가 이번에는 4문제가 나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다.
과학탐구는 기출문제와 유사하거나 기출문제를 변형, 조합한 문제들이 주를 이뤘다. 대체로 평이했지만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과목마다 2, 3문항씩 까다로운 문제를 배치했다.
물리Ⅰ에서는 굴절과 전반사 문제를 묻는 12번 문항이 난도가 높았고, 물리Ⅱ에서는 원운동과 충돌(운동량), 단진동 등 3가지를 한꺼번에 묻는 복합문제가 출제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화학Ⅰ 역시 난도는 9월 모의고사와 비슷했지만 20번 금속의 반응성 문제에서 원자의 상대적 질량, 산화력, 반응성 순서 등 3가지를 묻는 복합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이 다소 어려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