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계산 복잡한 문제 많아 시간 부족”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 수험생 반응 - 입시전문기관 분석

자연계 상위권, 수리 표준점수가 관건 될 듯

외국어는 오답 유도하는 ‘함정 문제’ 많아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지만 9월 모의평가와는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리영역은 ‘가’형과 ‘나’형 모두 계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복잡한 문제가 많았고, 매년 평이하게 출제됐던 외국어영역은 오답을 유도하는 문제가 많았다.

이 때문에 1교시 언어영역이 끝난 뒤 담담한 표정이었던 수험생들은 2교시 수리영역과 3교시 외국어영역이 끝난 뒤에는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숭실고 유지환(18) 군은 수리영역 시험을 마친 뒤 “원래 수학이 약한데 이번 수리영역은 어려워서 머릿속이 하얀 상태”라고 말했다.

▽수리 외국어 “어려워”=수험생들은 언어영역의 경우 대체로 9월 모의고사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워서 1교시를 가볍게 넘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았다는 서울 상명여고 윤정현(18) 양은 “생소한 형태의 문제가 일부 있었지만 실제로 문제를 푸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리영역은 ‘가’형과 ‘나’형에 응시한 수험생 모두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수리 ‘가’형을 치른 서울 단국대사범대부속고 양찬모(18) 군은 “계산 과정이 복잡하거나 문제 자체가 어려운 몇몇 문항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리 ‘나’형을 본 서울 서문여고 김주량(18) 양은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웠던 것 같다”며 “역행렬이나 확률 문제가 생소했고 문제 풀이 시간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검토까지 할 여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인 휘문고 신동원 교사는 “수리영역은 다른 영역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영역은 지난해보다 문장이 다소 길어지면서 문맥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문제가 늘어난 것이 수험생들을 어렵게 했다. 서울 경문고의 이대호 영어 교사는 “어휘나 어법은 특이한 문제가 없었지만 3점 배점의 문제가 까다로웠다”며 “독해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형이 나와 학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탐구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준으로 무난하게 출제됐지만 과목별 난이도 차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입시학원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회탐구는 국사, 세계사, 한국근현대사 등 역사과목이, 과학탐구는 물리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수리 표준점수가 핵심=수리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리에서 원점수를 1점이라도 더 받은 학생들은 표준점수에서 큰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환원되는 만큼 원점수 1, 2점 차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자연계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리 ‘가’형이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자연계 상위권 학생의 경우 수리영역에서 얼마나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학원의 정보 원장은 “수리 ‘가’형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서 1등급 구분 원점수는 ‘가’형이 ‘나’형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며 “그만큼 ‘가’형에서 높은 원점수를 받은 학생은 표준점수를 적용하는 대학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진학지도 어떻게 하나”=수리와 외국어영역이 모두 어렵게 출제됨에 따라 올해는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두 영역의 점수에 맞춰 지원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자연계 학과의 경우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수리 ‘가’를 잘 본 학생은 가산점이 많은 대학에 지원할수록 유리하다. 수리 ‘나’형을 치른 수험생은 섣불리 교차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수리 ‘가’형과 ‘나’형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모집단위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겪어 왔던 불리함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탐구영역의 과목 간 난이도 차는 실제 전형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탐구영역은 대학마다 과목 간 점수 차로 인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보정점수를 적용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특히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환원된 만큼 몇 점 차로 인한 과목 간 유불리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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