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목적 없는 1주택까지 누진 과세 하는 건 부당”

  • 입력 2008년 11월 14일 03시 00분


종부세에 쏠린 눈헌법재판소는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종부세를 가구별로 합산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종부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결정선고가 내려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은 참관인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연합뉴스
종부세에 쏠린 눈
헌법재판소는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종부세를 가구별로 합산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종부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결정선고가 내려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은 참관인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연합뉴스
■ 헌재 결정 배경

‘부동산 시장 안정 취지 옳지만 방법은 손질 필요’ 의미

가구합산 과세는 2002년 위헌선고로 이미 예고된 결정

‘종합부동산세의 큰 틀에는 문제가 없지만 손질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13일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심판 사건에 대해 내린 판단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헌재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을 적절하게 하고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종부세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는 정당하다고 판단하면서도 1주택 장기 보유자 등에 대한 과세나 가구별 합산에 따른 과세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종부세가 완전히 무력화된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세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1주택 보유자 등 과세 헌법불합치=종부세법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투기 목적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이 같은 불만을 수용했다. 오로지 주거 목적으로 한 집에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과 오랫동안 살지는 않았더라도 주변 부동산가격이 올라 덩달아 집값이 뛰었을 뿐 집 한 채 외에는 고액의 종부세를 낼 만한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세금을 내도록 한 데에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들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이들에 대한 과세표준이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선의의’ 1주택 보유자를 구제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헌재는 주택분 종부세 부과 관련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려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내년 12월 31일까지는 잠정적으로 이들에게도 종부세를 부과하되 그 이전까지 국회가 법을 고치도록 했다.



▽가구별 합산과세 대신 개인별 합산 과세=종부세 가구별 합산 과세 규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헌 결정이 예고돼 왔다.

헌재는 2002년 8월 29일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산 과세토록 규정한 소득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13일 “가구별 합산 규정은 조세 회피를 막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가족 간에 증여를 통해 재산을 소유한다고 해서 모두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위헌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가구별 합산 과세 규정은 이날로 효력을 잃었지만 앞으로는 개인별 과세 규정에 따라 종부세를 부과하면 되기 때문에 법적 혼란 우려는 없다.

그러나 이로써 종부세의 존립 기반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해석이 많다.

가구별 합산과세 대신 개인별 과세체계로 바뀌면 부부 공동명의나 가구원에게 일부를 증여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소유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입법 목적 및 취지는 정당=헌재는 우선 종부세는 재산세와는 과세 부분이 다르고 양도소득세와는 과세 목적이나 물건을 달리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의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종부세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인지도 논란이 거셌지만 문제가 없다고 봤다. 종부세는 특정 시점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고 그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것이어서 종부세 때문에 부동산 가액이 일부 줄어드는 사례가 있어도 그것을 곧바로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종부세를 국세로 정한 데 대해선 입법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재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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