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여론주도층 인사(오피니언 리더) 10명 중 7명은 한국 시민단체들이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단체의 위기를 불러온 이유로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22.2%) ‘정파적·이념적 편향성’(19.8%) ‘시민단체의 권력화’(18.1%)를 많이 꼽았다.
이 결과는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상임 공동대표 이갑산)가 13일 발표한 ‘시민단체 신뢰도 평가조사’에 따른 것이다.
시민단체네트워크는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인사이트 리서치와 함께 정치학자 55명, 사회학자 50명, 정책학자 54명, 기자 15명, 시민단체 활동가 26명 등 사회 오피니언 리더 총 200명을 대상으로 3∼9일 전화로 설문조사를 했다.
‘시민단체가 신뢰도 하락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한 사람은 141명(70.5%)이었다. 특히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26명 중 21명(80.8%)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단체의 위기를 불러온 이유로 3가지를 선택하라는 질문에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 △정파적·이념적 편향성 △시민단체의 권력화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났지만, 최근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문제가 된 ‘불투명한 회비운영·예산집행’(10.6%·44명이 선택)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갑산 대표는 “촛불집회 등에서 나타난 한국 시민단체의 지나친 정치성, 편향성 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이제 한국 시민단체는 생활 밀착형 운동 위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돈’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철저하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의견이 절반이 넘는 115명(57.6%)이었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는 것’이란 의견은 68명(34%)이었다.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과 후원금에 대해서도 ‘시민운동이 위축되어도 보조금과 후원금을 받지 않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9%(118명)로 ‘활발한 시민운동을 위해서 정부 보조금과 기업 후원금을 받는 게 더 바람직하다’(34.5%·69명)는 의견보다 많았다.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인 주성수(행정학) 교수는 “한국 시민단체들 중 다수가 참가자 증가를 통한 재원 확보보다는 정부와 기업에서 주는 지원금과 후원금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시민 참가를 늘리는 건 시민단체의 재정 독립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부 환경운동 단체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선 ‘의혹 수사’(51.5%·103명)라는 의견이 ‘표적 수사’(34%·68명)란 의견보다 많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