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이 ‘삶의 붓’으로 인생을 잘 그려나가기 바랍니다. 구도를 제대로 잡아서 아름다운 삶을 채워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경북 구미시 장천면 오상고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김성규(47·대구 달서구 월성동) 교사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을 마친 뒤 “미술이 수능 과목은 아니지만 삶을 가꾸는 과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교 미술은 수능 과목이 아니어서 1학년만 수업이 있다. 김 교사는 이런 현실이 무척 아쉽지만 학생들이 ‘삶을 아름답게 그리는’ 마음을 가꾼다면 이 역시 좋은 미술공부라고 생각한다.
진짜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별해내는 마음의 눈인 심미안(審美眼)이 수능 못지않게 학생들에게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 “대입만큼 중요한 게 심미안”
그는 “미술은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이나 세상의 풍경을 자신의 마음속에 넣은 뒤 다시 표현해보는 공부”라며 “삶에 소질이 없다고 말할 수 없듯이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가 미술”이라고 말했다.
그의 생활은 이런 미술과 닮았다. 군위군 의흥면의 농가에서 4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집안을 책임져야 할 형편이라 부산기계공고로 진학했지만 그림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어 안동대 미술학과에 진학했다.
미술학도로는 드물게 학군사관후보생(ROTC)으로 1985년부터 군 생활을 한 그는 의무복무기간을 넘겨 1995년까지 특공대 중대장, 50사단 인사장교를 거쳐 소령으로 전역했다.
그가 군 복무를 10년가량 한 것은 파블로 피카소의 영향 때문. 피카소가 1930년대 스페인의 게르니카 지방에서 발생한 내전(內戰)을 겪고 그린 대작 ‘게르니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는 것. 이 작품은 전쟁의 비참함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장교로 10년 복무… 마라톤에도 빠져
그는 “이 그림이 나오기까지 피카소가 겪은 고뇌는 미술의 영원한 가치”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상황을 많이 겪을수록 미술 작품이든 삶이든 아름다움이 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그의 꿈은 학생들이 ‘아, 삶이 곧 미술이구나’라고 느끼면서 자기 삶을 아름답게 채워나가도록 모범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삶의 목표 덕분인지 그는 달리기에 별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200km 울트라마라톤을 31시간에 완주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10분대에 뛴다.
그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의 봉성갤러리에서 여섯 번째 개인작품전을 연다.
국제미술교류회(KIFA) 대구지부장과 안동을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심현회(心顯會) 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학생들이 대입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미술이 학생들의 생활에 작은 텃밭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