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로 엇갈린 가채점 희비

  • 입력 2008년 11월 14일 21시 11분


"어제 4교시 시험 볼 때부터 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리'가'를 망친 것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양대에 가고 싶었는데 가채점을 해보니 수리'가' 원점수가 25점이나 떨어졌다. (서울 인창고 3학년 이모 군)"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룬 뒤 14일 학교에 모여 가채점 결과를 비교해 본 고 3 수험생들은 수리영역의 성적에 따라 울고 웃었다.

수능 가채점 결과 올해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수리영역에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와 학원 관계자들은 "수리영역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만 원점수가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까다로운 고배점 문항을 풀었느냐, 놓쳤느냐에 따라 상위권 사이에서도 최상위권과 중상위권의 격차가 평소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대와 고려대에 지원했다 올해 재수를 한 정준환(20) 군은 "작년에 2개 영역이 아슬아슬하게 2등급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수리'가'가 80점 가까이 나왔다"며 "상위권 대학들이 수리'가'에 가중치를 주는 만큼 점수제에 다시 도전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수학과 영어에 강점을 보이는 특목고와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수험생들은 대체로 올해 입시에 자신감을 보였다.

한영외고 주석훈 교사는 "학생들이 수리'나'형에서도 대체로 좋은 성적을 받은 것 같다"며 "시험이 어려웠다는데도 원점수가 모의평가보다 오른 학생들이 많아서 표준점수는 더 크게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원외고 진학담당 교사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다"며 "어렵다고 분석된 수리와 외국어영역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9월 모의평가보다 수월하게 치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 박모 군은 "모의고사에서 500점 만점 가운데 440¤460점 정도 받았는데 이번에 언어 수리 외국어의 점수가 다 올라서 전체적으로 10점 정도 오른 것 같다"며 "표준점수로 전환하면 언어나 외국어보다 수리 점수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계고에서는 전통적으로 언어나 외국어영역에 강한 여학생들이 울상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한 남녀공학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평소 전교에서 1~4등을 계속 여학생들이 차지했는데 이번 수능에서는 남학생들이 2,3등을 차지했다"며 "남학생들이 수리에서 원점수를 더 받았기 때문에 실제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여학생들이 더욱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강남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학과 영어 성적이 낮은 강북과 서남부 지역 고교 수험생들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한편 당초 입시기관마다 어려워졌다고 전망한 외국어영역은 가채점 결과 지난해와 비슷한 점수 분포를 유지했다.

이는 외국어영역의 지문이 길어지고 단순한 독해보다는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나와서 수험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난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기용기자 kky@donga.com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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