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는 분이 재판을 받게 되어 형사법정에 함께 간 적이 있었다.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나는 그분의 재판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이 재판받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런데 참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재판받을 사람의 이름 앞에 ‘피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앞으로 나오게 한 다음 주민등록번호를 크게 부르도록 했다.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절차상 필요하지만 다른 방청객이 주민등록번호를 악용한다면 피고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요즘 보이스피싱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법정에서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어 다른 범죄가 발생한다면 법원이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불명예스러움을 면하기 어렵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게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도록 배려한다면 대법원의 표어와 같이 ‘국민을 섬기는 법원, 국민과 함께 하는 법원’으로 거듭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민희 인천 남구 주안8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