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읽기 능력 길러야
스스로 쓴 글에 대한
예리한 비판-검토 가능
좋은 글을 쓰는 방법 중 하나는 먼저 좋은 독자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책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응적 독자가 아니라 비판적 독자일 경우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자신의 글 또한 예리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스스로 비판하며 검토하는 훈련을 반복하다보면 결점 없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초고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먼저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듯 초고를 작성한 다음 꼼꼼히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면 좀 더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에서도 자신의 글을 제대로 평가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평가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평가 기준은 글의 성격에 따라 또는 독자의 관심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글을 평가할 때 자주 적용되거나 글의 성격에 상관없이 반드시 적용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어떤 기준이 글을 평가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는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평가 기준은 크게 소극적(negative) 기준과 적극적(positive) 기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극적 기준은 글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부분을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면 부정적인 평가는 받지 않습니다.
적극적 기준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부분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이 때문에 적극적 기준은 권장 사항을 규정하는 기준인 셈입니다. 논술을 평가할 경우 소극적 기준은 B급 답안과 C급 답안을 나누는 기준인 반면 적극적 기준은 A급 답안과 B급 답안을 나누는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가 과정을 편의상 세 단계로 나누어 본다면 1, 2단계에는 소극적 기준이 활용되고 마지막 3단계에는 적극적 기준이 활용됩니다. 결국 1, 2단계는 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평가하는 과정이고 3단계는 글의 뛰어난 점이 무엇인지를 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가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보통 세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우선 글쓴이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평가합니다.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더는 논의가 진행될 수 없습니다.
이때는 분명함과 명확함이라는 기준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틀렸지만 명료한 주장이 불명료한 주장보다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틀린 주장이라도 그 의미가 명확하다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지만 애매모호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글쓴이의 주장이 명확하게 전달됐다면 그 주장의 내용이 정확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주장의 참과 거짓을 가리기 힘들 경우엔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합니다. 이땐 정확성을 주된 기준으로 삼고, 합리적 수용가능성을 보조적인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적절성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적절성은 글의 핵심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우선 문제와 결론의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주어진 문제에 적절한 결론을 내린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부적절한 결론을 내렸다면 논점일탈의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결론과 근거 사이의 적절성을 따져야 합니다. 근거가 결론을 정당화해주는지 검토하는 것입니다. 연역논증의 경우엔 타당성을 따지게 되며, 귀납논증의 경우엔 주로 결론의 강도가 근거에 비춰 적절한지 평가합니다. 근거의 내용이 정확하면서 결론과 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좋은 논증이라 평가받게 됩니다.
나아가 글의 내용과 글 밖 현실의 관계를 평가할 때도 적절성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현실에 의미 있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천 가능한 내용인지를 검토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평가에 포함됩니다. 이런 평가 단계는 논증적 글이라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입니다.
이와 달리 글의 중요성, 공정성, 논리성(일관성) 등을 평가하는 2단계는 글의 내용에 따라 선택적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이 기준들은 글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1, 2단계에서 활용된 기준을 다 만족시킨 글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 기준을 어겼을 경우엔 문제 있는 글로 비판받게 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다양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 기준에 맞춰 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