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중엔 서울시 공무원 주말엔 시나리오 작가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30여편 쓴 이상화씨 “2편은 케이블TV서 영화화”

“제가 쓴 시나리오 가운데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모두 에로코미디물입니다. 덕분에 직장 동료들이 오세훈 시장을 촬영할 때 에로배우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짓궂게 놀리기도 하죠. 그러나 제 꿈은 코믹액션영화 감독입니다.”

1999년부터 서울시청 언론담당관실에서 방송용 카메라를 담당하는 이상화(40·사진) 씨. 이 씨는 하루 4차례 이상 시청의 각종 행사를 동영상으로 담아 시정(市政)의 역사로 남긴다. 그중 일부는 종종 전파를 타고 TV 뉴스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시나리오 작가로 변신한다.

이 씨는 “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갖고 놀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경성대 사진학과 86학번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이 씨의 꿈은 애초부터 영화감독이었다. 대학 영화동아리에서 활동했고 해군 낙도홍보단에서 사진·비디오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케이블TV 카메라맨, 사주카페 역술인, 잡지사 사진기자 등을 거친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에로영화 제작자인 한지일 씨에게 에로영화 시나리오 2개를 보냈다.

그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오히려 가슴속에 묻어 뒀던 영화의 꿈을 다시 펼칠 때라고 생각했다”며 “에로영화 감독으로 데뷔할 뻔했으나 한 씨가 아내와의 이혼 문제로 파산하면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서울시청에 촬영담당 공무원으로 안착했고 틈틈이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그가 쓴 시나리오 ‘니 말을 믿으라는 거야?’가 2007년 97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대학생 커플의 ‘외도’를 다룬 작품으로 케이블TV에서 최고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케이블TV에서는 시청률이 1%만 넘어도 ‘대박’이다.

14일 케이블TV OCN에서 그가 쓴 ‘에로배우 살인사건’ 1부가 방영됐다. 장르는 에로코미디. 2부는 21일 오후 11시.

“영화는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경기 불황에 희망을 주는 진짜 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벌써 써 둔 시나리오만 30편이 넘어요.”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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