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송재윤/‘악덕 체벌교사’는 제자 사랑…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30대 청년이 고교 시절 스승을 찾아가 살해했다는 기사(10일자 A14면)를 읽었다. 험한 세상에 으레 터지는 사건이라 생각하며 잊어버렸는데, 돌아가신 분이 고교 시절 내가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선생님께선 늘 풍부한 경험담과 인생철학으로 우리를 사로잡으셨다. 한번은 칠판에 자세히 그림까지 그려 가면서 그 나이 사내아이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선생님의 발랄한 언변과 따뜻한 배려는 입시에 찌들어 중압감에 시달리던 우리에게 큰 기쁨이었다.

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비통한 심정에 휩싸였다. 기사는 21년 전 억울하게 당한 체벌에 앙심을 품은 사내가 스승을 죽였다는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누리꾼들은 살해당한 선생님을 악덕 체벌교사로 몰아 성토하고 있었다.

21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다음, 체벌의 책임을 물어 스승을 살해한 일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왜 저렇게 일방적으로 모든 잘못을 교사에게 묻고 있을까? 범인은 선생님에게 권투경기를 청했던 정신병자였다고 한다.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전하고 싶다. 선생님께선 따뜻하고 열정적인 교사였으며, 진심으로 제자들을 사랑한 훌륭한 분이셨다고.

송재윤 미국 테네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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