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우뚝 솟은 대형 건물들에서 펼쳐지고 있는 빛의 향연이 외국 여느 도시 못지않았던 것.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색이 눈길을 빼앗기에 손색이 없었다.
빌딩들이 건물의 인지도 및 가치 상승을 위해 ‘야간 경관 조명’에 비중을 두면서 서울 도심 야경이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다.
9월 말 입주를 완료한 종로구 신문로의 금호아시아나 본관은 밤을 수놓고 있는 대표적인 빌딩이다.
높이 119.5m, 지상 29층, 지하 8층에 연면적 약 6만 m² 규모인 이 건물은 남쪽 건물의 뒷면에 폭 23m, 높이 91.9m 규모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해 다양한 영상이 건물 외벽에 흐르게 했다.
지금까지 서울의 영문 알파벳을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한 ‘플립 S.E.O.U.L’,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종이비행기’ 등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지나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볼 만큼 화려해 벌써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이름이 높다.
금호아시아나도 이 빌딩 벽면을 아예 LED 갤러리, 즉 ‘미술관’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경관 조명이 아니라 ‘예술 공간’임을 공표한 것. 이 LED 갤러리의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을 담당한 홍익대 디자인학부 이정교 교수는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처럼 서울을 찾으면 꼭 들러 사진도 찍고 휴식을 얻는 그런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에서 ‘서울색’으로 정한 단청색을 컴퓨터로 구현해 사용하는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26개 정도의 작품을 작업했는데 앞으로는 아예 하나의 큰 ‘그림’을 LED로 구현해 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공사인 ㈜엘엠 측은 갤러리가 완성되기까지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품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건물이 건축 설계 뒤에 조명 설계를 하는 데 반해 금호아시아나 본관은 조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초에 두 설계를 같이 진행했다는 것.
㈜엘엠의 김재성 부장은 “3년 전부터 갤러리를 설치하기로 하고 계획 및 설계를 해왔지만 시공에 또 4개월여가 걸렸다”며 “하지만 조명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계획이 잘 실현돼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본관 이전에 서울 도심 야경의 격조를 높여온 건물들로는 삼성화재 본사와 ‘아이파크 타워’ 등이 있다.
2004년 완공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타워’는 예술적 경관조명으로 강남의 빼놓을 수 없는 랜드 마크가 됐다. 밋밋하던 삼성동의 분위기를 바꾼 건물로 꼽히는 ‘아이파크 타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2006년 12월 말 건물 벽면 전체를 네온 조명으로 휘감아 싼 ‘메트로폴 50’을 선보인 삼성화재 본사도 따스한 색상과 강렬한 영상으로 서울시청 광장 인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