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진술거부… 재판장 설득에 진상 밝혀
폭행 지목된 1명 등 방청석서 퇴정 당해
다음 아고라엔 “계속 전화하자” 글 올라
“피고인 측 참관인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증언을 못하겠습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이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 3사의 광고주 협박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광고주 A사 직원 B 씨는 증인 신문이 시작되자 이같이 말하며 증언을 주저했다.
재판장은 “무슨 일인지 설명해 보라”며 증언을 하도록 했고, B 씨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법정 밖에서 위협을 받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B 씨와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반경 법정 밖 의자에 앉아 자신의 증언 차례를 기다리던 B 씨에게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A사에서 왔느냐”며 다가왔다.
B 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법정에서 A사의 다른 직원이 ‘피고인들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던데 너희들 두고 보자. 다시 한 번 (광고 중단 압박을) 시작해 보지”라고 윽박지르듯 말했다.
B 씨가 “뭐라고요”라며 따지듯 반문하자, 그 남성은 “뭐야, 젊은 ××가”라며 주먹을 들어 얼굴을 때릴 듯 위협했다. 옆에 있던 다른 남성도 가세해 팔꿈치로 B 씨의 목을 누르며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B 씨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들은 재판장은 “누가 폭행했는지 지목해 달라”고 했다. B 씨가 폭행한 남성 2명을 가리키자 한 명이 슬그머니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장은 지목된 다른 한 명에게 퇴정을 명령했다. 그러자 한 여성이 일어나 “왜 B 씨 얘기만 듣느냐”고 소리쳤고 재판장은 이 여성도 퇴정시켰다.
재판장은 곧바로 증인 보호를 위해 법정 밖에서 대기하던 나머지 증인 3명을 법정 안에 마련된 별도의 대기실에 가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에야 B 씨는 증인 신문에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집으로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수십 차례 받았다”며 “퇴근할 때마다 뒤를 자주 돌아보는 등 실제로 살해 위협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판매대행을 많이 하는 대형업체는 누리꾼의 대량 예약 취소로 큰 피해를 보지 않았겠지만, 우리 회사는 직접 판매를 하다 보니 피해가 막대했다”며 “성수기인 6, 7월 기준으로 하루 최대 2000명이 예약을 하는데 올해는 광고압박 운동의 영향으로 1000건 이하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증언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검찰 측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법정 경위를 대동해 퇴정시켰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온 C사 직원은 기자들과 만나 “(법정 밖에서) B 씨가 폭행당하는 것을 봤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진술을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분양대행업체인 C사 직원은 법정에서 “광고주 협박으로 제때 광고를 못해 분양에 실패했고, 결국 자금 회전이 안 돼 건설사가 부도났다”고 증언했다.
피고인 김모 씨는 재판장에게 “증인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을 보면 피고인들이 마치 폭력조직인 것처럼 매도되는 느낌이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피고인과 방청객의 양식을 믿고 통제하지 않았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퇴정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포털 ‘다음’의 카페 회원들은 이날 폭행 사건과 관련해 아고라 등에 띄운 글에서 “B 씨가 먼저 우리 측 50대 회원에게 불손한 태도로 반말을 해 시비가 붙었다”고 주장하면서 A사에 ‘계속 칭찬전화를 하자(광고 압박 전화를 의미하는 듯)’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