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돈의동 103 일대는 일명 ‘쪽방촌’이다. 건물 수는 90개지만 방을 2∼4m² 크기로 잘게 쪼개 방 개수는 770개나 된다. 한때 집창촌이었던 이곳에 사는 사람은 모두 716명. 기초생활수급자는 164명(23.0%)이고 65세 이상 홀몸노인도 120명(16.8%)이나 된다. 목조건물이 전체의 33%나 돼 화재에 취약하고, 취사 수단이 없는 가구도 23%에 이른다.
19일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돈의동을 포함해 서울시내 5대 쪽방촌(종로구 창신동, 중구 남대문 근처, 용산구 동자동,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대)에 거주하는 쪽방촌 인구가 모두 324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날 화재 위험이 큰 겨울철을 맞아 이들 쪽방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을 화재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기 위한 ‘쪽방촌 환경개선 및 자활지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 따르면 시는 모든 쪽방에 화재 시 고온을 감지해 자동으로 약제가 퍼지도록 하는 ‘자동확산 소화용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거주자 전원에게 휴대용 손전등과 방연 마스크를 지급하고, 비상조명등과 가스누설 경보기 등도 점검한다.
아울러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등 3개 시립병원과 장애인치과병원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이동 종합진료실’을 주 1회 이상 운영해 결핵 등 전염성 질환과 치과 질환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에는 정신보건 전문요원을 쪽방촌에 배치해 정신질환자와 우울증 환자, 알코올의존증 환자 등을 치료한다.
쪽방촌 거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영등포동, 돈의동, 동자동 등 3곳에 화장실을 신축하고 창신동에서는 폐쇄된 화장실을 보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시는 쪽방촌 거주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실업 원인을 분석해 신용회복이나 재활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