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라지면 ‘광주정신’도 잊혀질 것”
새로 짓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터 안의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오후 광주문화방송 공개홀에서 ‘시민대토론회’를 열었으나 찬반 양측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옛 도청 별관은 본관, 민원실과 함께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저항 근거지였던 곳.
2005년 아시아문화전당 현상설계 공모 당시 철거 대상이었으나 올해 6월 기공식 뒤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철거를 반대하는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토론회에서 철거 찬성 인사들은 “설계안에 5·18의 상징성은 충분히 확보됐고 뒤늦게 설계를 변경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정기용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은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는 공사가 다시 지연돼서는 안 되고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전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문화전당은 여러 건물이 실핏줄처럼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설계 변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병훈 문화부 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은 △별관을 철거한 후 부자재를 전국에 나누어서 기념하는 방안 △랜드마크에 별관의 역사성을 담는 방안 △본관 내부에 별관 축소 모형을 전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반대 측에서는 옛 도청 별관은 5·18 사적지 가운데서도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점을 내세우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옛 도청 별관은 시민군이 진압군을 향해 최초로 사격을 시작한 장소”라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김정동 목원대 교수도 “문화전당이 광주에 들어서는 것은 ‘광주정신’의 상징인 5·18 사적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건물이 사라지면 기억에서 잊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광장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도청 별관을 반드시 사수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건설되는 문화전당은 대지 11만8000m², 연면적 14만27m² 규모로 사업비 7984억 원을 들여 2012년 5월 18일 문을 열 예정이나 별관 철거 논란으로 준공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