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보장 2년만에 뒤집기’ 논란일듯
정부, 法바꿔 1급 공무원 일괄사표 가능케 추진
정부가 ‘일하지 않는 공무원’과 공직 사회의 개혁을 위해 비상한 처방을 꺼낼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가와 정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핵심은 법을 고쳐 1급 공무원들을 물갈이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공직사회에는 한 차례 인사태풍이 불가피해진다. 2급과 3급 등 2급 이하 공무원들의 연쇄적인 자리 이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정치권에 거센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필요성은 절감한다고 해도 법에 정한 신분 보장을 2년 만에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타당한가를 따지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이대로는 안 된다” 위기감 고조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는 진작부터 1급 공무원의 신분 보장 문제를 놓고 고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정부 부처 실·국장급들의 정년 신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좀 건드리거나 고민해야겠다는 의견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내부적으로 있었다”며 “최근 큰 틀에서 1급들을 계속 저렇게 편히 두는 게 정부 운영상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보니 행정안전부에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1급 고위 공무원을 쇄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9개월이 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공직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6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법안검토대책회의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1급 이상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으면 우리가 집권해도 집권한 게 아니다”라며 고위 공무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도 “지난 10년의 잔재 때문에 새 정부가 열심히 하려 해도 코드가 맞지 않는 공무원들이 잘 안 움직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신분 보장 1급 공무원 원위치로
고위 공무원단은 공무원 역량 제고를 위해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로 1∼3급의 계급을 폐지하고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과거 고위 공무원은 관리관(1급), 이사관(2급), 부이사관(3급) 식으로 분류됐으나 고위 공무원단에서는 ‘가, 나, 다, 라, 마’ 등 5개의 직무 등급을 설정해 계급 대신 직무의 중요도·난이도 및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한다.
예를 들어 2급이라도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 등급에 포함시켜 그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중앙정부의 차관보, 실장급 등은 ‘가’ 등급, 지방자치단체의 부시장, 부지사는 ‘나’ 등급에 들어가며 정부가 타깃으로 삼는 1급 고위 공무원들이 바로 이들이다.
고위 공무원단 제도 이전에는 1급은 2, 3급과 달리 신분 보장이 안 되는 바람에 정권 교체와 함께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였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1급 공무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고시) 기수별로 맨 위 기수부터 사표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는 약 180명의 1급 공무원이 일괄 사표를 내 이 가운데 70% 정도가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과거기준 1급 공무원은 280명 정도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단 도입으로 1급 역시 신분 보장이 됐고 이명박 정부 출범 시 이들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1급 공무원 6명이 사의를 밝힌 일이 확대되면서 “전 부처 1급이 일괄 사표를 낸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결국 소문으로 끝났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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