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의 제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자(嫡子) 서자(庶子)를 불문하고 장남에게 우선적으로 주재권이 있으며 아들이 없으면 장녀가 제사를 지낼 권리를 갖는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이복형제 간에 서로 선친의 유해를 모시겠다며 다퉈 온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제사를 지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종손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판례를 따라 왔다. 이 판례에서 종손은 장자계(長子系)로서 적장자(嫡長子·본처가 낳은 맏아들)를 뜻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새 판례를 통해 “누가 제사를 지낼 권리를 갖는지는 공동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제사를 지내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이 제사 지낼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장남이 사망한 때에는 장남의 아들인 장손이, 상속인들 중에 아들이 없을 때에는 사망한 아버지의 장녀가 제사 지낼 권리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새 판례는 적서 간 차별을 없애 본처의 소생이 아니라도 장남이면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여성도 제사를 주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