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김승연 교수, 입시비리 고질적 수법 폭로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특정한 구도 - 출제 정물 미리 알려줘”

수험생들 “실력만으로 명문대 못가나” 허탈

홍익대 미대 입시 비리로 현직 교수 2명이 징계를 받은 일과 관련해 이 사실을 최초로 제보한 홍익대 미대 김승연 교수가 21일 입시 비리의 구체적인 방법을 폭로했다.

김 교수는 미대 입시에서 고질적으로 사용되는 수법으로 △정물화의 출제 정물을 미리 알려주는 방법 △특정한 표시, 구도를 알려주고 그리게 하는 방법 △채점 교수들끼리 눈짓과 귓속말로 특정 학생의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또 김 교수는 “입시과정에서의 비리는 고질적이다”며 “나도 학부모가 입시 부탁과 함께 건넨 돈 가방을 길에서 뿌리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물증이나 근거 제시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진위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교 측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한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학원 수강료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교수는 학교 측에 “학교 후배인 원장이 학원비를 받지 않으려 해 수강료의 60%를 냈다”며 “그 대신 작품 2점을 학원 측에 선물했다”고 해명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김 교수가 학교에 고발한 7인의 교수 가운데 한 사람인 A 교수는 “김 교수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다른 교수들이 부정이 있다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 부정이 쉽게 개입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2009학년도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입시 비리가 알려지자 미대 입시생들과 학원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날 홍익대 인근 미술학원가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정모(17·여) 양은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만으로 명문대에 가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도는 게 사실인 것 같아 허탈하다”며 “학원비, 재료비 대기에도 벅찬 나 같은 학생들에게 입시 비리는 정말 맥 빠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D 미술학원의 이모 원장은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야 학원생이 몰리기 때문에 교수와 학원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미대 입시를 둘러싼 각종 소문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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