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내년도 등록금은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어떤 형태로든 내년도 등록금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장시영 성균관대 기획처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가 21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등록금 동결 또는 최소 인상 검토 방침을 밝힌 뒤 주요 사립대학들의 후속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본보 11월22일자 A1면 참조
주요 사립대 내년등록금 동결 검토
이런 가운데 경기 불황 여파로 기업체와 동문 기부금 등도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재정 압박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등록금 관련 대학간 눈치 보기도
23일 동아일보는 서울 11군데 주요 사립대학의 기획처장이나 교무처장을 대상으로 내년도 등록금 인상 여부를 알아봤다.
그 결과 대부분 대학의 처장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제사정을 감안해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도 최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요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혹은 인상 최소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다른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병진 건국대 기획처장은 "이맘 때 쯤 이면 원래 학교마다 '우리는 등록금을 몇 퍼센트 올릴 것'이라는 말이 들리는 데 올해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안나온다"며 "경제가 너무 안 좋다보니 서로 눈치 보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태상 한국외대 기획처장도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과 다른 대학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내년 1월 초에 열릴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에서 등록금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동문 기부금, 정부 지원금 감소도 우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함께 기업체와 동문 기부금, 정부 지원금도 줄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는 대학의 기본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에 경기가 워낙 안 좋아 기업과 동문들의 기부금도 줄어들고, 정부 지원금까지 동결되거나 감소하면 대학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기업체와 동문 기부금 감소 △정부 지원금의 동결 또는 감소를 '수입 감소→투자 감소→경쟁력 저하'란 악순환 구조를 만들 '트리플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성조 동국대 전략기획본부장은 "전반적으로 대학들에 대한 기업체의 기부금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재정적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도 "향후 2, 3년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등록금 동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대학들도 있다.
한재민 고려대 기획처장은 "아직은 '등록금을 인상 안 한다'라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어려우면 대학 재정도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직 통폐합, 예산 긴축 등으로 비용 절감 나서
각종 비용 절감 운동에 들어간 대학들도 있다.
성균관대는 이미 '10%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대학은 계속 재정이 악화되면 내년에 학교 내 각종 조직을 통폐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강대는 내년도 예산을 종전보다 20% 정도 줄여서 집행할 방침이다.
서강대 김영수 기획처장은 "외환위기 때도 등록금 동결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등록금 동결에 따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