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탄약관리 또 ‘도마’… 지휘부 문책 불가피
23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의 육군 모 사단 예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내무실에서 수류탄 1발이 터져 병사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발생=육군에 따르면 사고 당시 GP 내무실에는 22일 오후 근무 뒤 저녁식사를 끝낸 병사 22명이 취침 중이었다.
23일 오전 1시 50분경 갑자기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수류탄이 터지면서 내무실 출입문 가까운 곳에서 자고 있던 이모(21) 이병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헬기와 앰뷸런스로 인근 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이 이병은 머리와 목뼈의 파편상이 심각해 서울의 민간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허모(21) 병장 등 4명은 오른쪽 가슴과 이마, 허벅지 등에 열상(裂傷)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폭발한 수류탄은 1980년대부터 보급된 ‘KG14 세열수류탄’으로 무게는 260g이다.
폭약과 뇌관, 1000여 개의 미니 쇠구슬로 이뤄져 안전핀을 뽑은 뒤 던지면 3, 4초 뒤 폭발과 함께 쇠구슬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반경 10∼15m 내의 인명을 살상한다.
군 관계자는 “이 수류탄은 폭발 시 45도 각도로 파편이 튀어 오르기 때문에 누워 있던 병사들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군 당국 조사=군 당국은 선종출 5군단 헌병대장(대령)을 단장으로 27명의 조사단을 사고 GP에 투입해 현장감식을 하고 부대원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한밤중에 발생했고, 목격자가 없어 구체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고조사반은 누군가가 고의로 수류탄을 내무실에 던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단괴롭힘 등으로 군 생활을 비관한 병사가 앙심을 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수류탄을 터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 사고 수류탄이 누구의 것인지 추정할 순 있지만 확증이 없다”며 “이번 사고가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GP 근무 병사들은 근무수칙상 경계근무를 나갈 때나 끝내고 복귀할 때 반드시 초소 상황실에 들러 간부의 감독하에 수류탄과 실탄의 지급 및 반납을 확인받은 뒤 내무실에 들어가야 한다. 지급되는 수류탄의 보관통에는 근무자의 직책이 명기돼 있다.
사고 조사단은 근무시간 이외에는 외부 유출이 철저히 금지된 수류탄이 내무실로 반입된 경위와 폭발한 수류탄이 누구 것인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2005년 5월 경기 연천군에서 발생한 GP 총기난사 사건에 이어 이번 사고에서도 최전방 GP의 허술한 탄약관리 실태가 드러난 만큼 지휘부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