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고통만 줘”… 수술허락 요청
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가 급성신부전증에 걸린 아들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고 싶다며 수술기간 중 형 집행정지를 요청했다.
2000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박모(54) 씨는 최근 큰아들(28)이 급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둘째 아들(26)이 신장을 주겠다고 나섰지만 조직이 맞지 않아 아들의 병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 자유의 몸이 아닌 그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형제는 고민 끝에 교도소로 찾아갔다. 가정불화로 어머니와 이혼하고 어릴 때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라게 한 아버지가 미웠지만 그래도 가족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 의무실의 지원으로 조직검사를 한 결과 박 씨의 조직이 이식수술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모범 무기수에게 형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사례는 있었지만 신장 이식을 이유로 무기수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준 선례가 없었다.
박 씨의 둘째 아들은 “주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법이 관용을 베풀어 형을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 씨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고통만 안겨줬다”며 “장기라도 쓸모가 있다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사연이 딱한 만큼 방법을 찾고 있다”며 “이번 주 중으로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