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립대 “등록금 동결 어렵지만 해야 할텐데…”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동문 기부-정부 지원까지 줄면 재정 압박 심화” 걱정

경기불황에 우려 커져…예산 긴축-비용 절감에 조직 통폐합까지 검토

“어떤 형태로든 학생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장시영 성균관대 기획조정처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가 21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등록금 동결 또는 최소 인상 검토 방침을 밝힌 뒤 주요 대학의 후속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본보 11월 22일자 A1면 참조
주요 사립대 내년등록금 동결 검토

이런 가운데 경기 불황 여파로 기부금과 지원금도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학가에선 재정 압박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동아일보는 서울 11군데 주요 사립대학의 기획처장이나 교무처장을 대상으로 내년도 등록금 인상 여부를 알아봤다. 그 결과 상당수 대학의 처장들은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도 최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요 대학은 ‘등록금 동결 혹은 인상 최소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병진 건국대 기획조정처장은 “이맘때면 ‘우리는 등록금을 몇 퍼센트 올릴 것’이라는 말이 들리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며 “경제가 너무 안 좋다 보니 서로 눈치 보며 말을 아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태상 한국외국어대 기획조정처장도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과 다른 대학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내년 1월 초에 열릴 전국 대학 기획처장협의회에서 등록금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인 서울대도 사립대의 동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 고등교육재정 비율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1%의 절반 수준밖에 안 돼 대학 경쟁력 강화의 걸림돌”이라며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 폭을 줄이거나 동결할 경우 국립대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함께 기업체와 동문 기부금, 정부 지원금도 줄어 재정이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기업체와 동문 기부금 감소 △정부 지원금의 동결 또는 감소를 ‘수입 감소→투자 감소→경쟁력 저하’란 악순환 구조를 만들 ‘트리플 악재’로 본다.

홍성조 동국대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업체의 기부금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건비를 포함해 각종 재정 부담은 늘어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한양대 교무처장도 “향후 2, 3년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등록금 동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한재민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아직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어려우면 대학 재정도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이미 ‘10%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대학은 계속 재정이 악화되면 내년에 학내 각종 조직의 통폐합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을 종전보다 20% 정도 줄여서 집행할 방침인 서강대 김영수 기획처장은 “외환위기 때도 등록금 동결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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