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 전 회장이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2005년 12월에 10억 원, 2006년 2월에 4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돈의 용처를 밝히는 것은 이번 수사의 중요한 고비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통상적인 뇌물 액수로는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치부 보다는 정·관계 로비 자금 등 특별한 용도에 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40억 원을 받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 전 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자신의 구명(求命) 로비 자금으로 이 돈을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6년 5월 정 전 회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체포되자 그와 친분이 있는 옛 여권의 정치권 인사들은 검찰 측에 "불구속 수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같은 해 7월 병 보석으로 석방된데 이어 2007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농협 임직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항소심에서 정 전 회장은 징역 5년, 추징금 1300만원의 유죄가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고, 넉 달 뒤인 11월 대법원에서 이 형이 확정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권교체기에 특별 사면 등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