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기 동수원중1년 안은진 양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2분


“추락하는 성적에 ‘딱 맞춤 학습법’ 날개를 달아줬어요”

만화 중독 후 성적 뚝뚝… 아침형 ‘early bird’ 변신, 반 28등에서 3등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까지 성적표를 살펴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해요. 성적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거든요.”

경기 동수원중 1학년 안은진(사진)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시험 평균 85∼90점대를 유지하는 ‘우등생’이었다. 시험 3주 전부터 교과서와 자습서를 반복해서 읽고 착실히 문제를 풀며 시험에 대비했다. 매일 일정량의 과제가 주어지는 학습지도 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안 양의 ‘공부 암흑기’가 시작됐다. 자신에게 딱 맞는 ‘학습 스타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만화책에 중독되다…평균 70점대 이하로 추락

안 양은 4학년 1학기 초 곁에서 공부를 도와주던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면서 집 근처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했던 안 양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만화책이었다. 안 양은 우연히 공부방 친구에게서 만화책을 빌려 본 뒤 중독이 될 정도로 만화의 재미에 푹 빠졌다. 수업 종료 종이 울림과 동시에 만화책을 꺼내 읽기 바빴고 수업이 시작돼도 머릿속은 온통 판타지 세계로 가득 찼다.

매일 2∼5권의 만화책을 탐독했고 시리즈로 이어지는 만화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권이 나올 때까지 안절부절못했다. 상위권이던 안 양의 성적은 1년 만에 70점대 이하로 떨어졌다.

○ 무조건 따라하기…37명 중 28등

‘이대론 안 되겠다.’ 위기감을 느낀 안 양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공부 방법에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1등’ ‘공부비법’ 등의 단어가 포함된 책은 모조리 찾아 읽고 노트필기 방법부터 학습 계획표를 짜는 순서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하지만 따라하기만 하면 성적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1등 공부법’은 안 양에겐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맞는 방법을 선별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하다 보니 공부의 ‘내용’보다 ‘방법’에만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만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결국 안 양은 첫 중간고사에서 37명 중 28등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 ‘early bird’로 변신…37명 중 3등

안 양이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찾고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엄마의 일침’ 덕분이었다. 안 양의 어머니는 성적이 떨어져도 무엇이 문제인지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딸을 보며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했고, 안 양의 가방에서 만화책을 찾아냈다.

안 양의 어머니는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되라”는 따끔한 충고와 함께 안 양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 환경을 바꿨다. 잠이 많은 딸을 위해 침대를 책상 뒤쪽으로 배치하고 안 양이 공부하는 시간엔 TV도 켜지 않았다.

안 양은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로 집에 모아뒀던 만화책을 모두 버렸다. 일단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언제 집중이 잘 되는지,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안 양은 늦은 밤보다 아침 시간대에 집중이 잘 되는 점에 착안해 오전 자율학습시간을 주요과목 예습시간으로 활용했다. 예습을 해야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편하고, 복습을 할 때도 기억에 남는 것이 많기 때문.

안 양은 매일 오전 8시 전에 학교에 등교해 정규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그날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봤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눈에 띄게 표시해 놓고 이해가 잘 안되는 문제는 수업 시간에 담당 교사에게 질문했다.

방과 후엔 교과서와 수업 필기내용을 요약정리 한 뒤 시험 전까지 30번 이상 읽고 암기했다. 학교에서 나눠준 유인물은 파일을 만들어 빠짐없이 정리했다.

1학기 중간고사에선 기술 가정, 컴퓨터, 한문 등 예체능 과목이 평균 점수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었기 때문에 주말은 예체능 과목 암기 시간으로 활용했다.

학원도 직접 선택했다. 평소엔 영어와 수학 선행학습을 진행하지만 시험 한 달 전부턴 내신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주는 학원으로 골랐다. 매일 시험을 통해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단원당 100개 이상의 문제를 풀기 때문에 평소 공부 시간과 학습량이 적었던 안 양에겐 도움이 됐다.

시험 기간땐 전 과목 교과서 10번 정독, 3년 치 학교 기출문제를 푸는 것을 기본으로 공부했다. 시험 1주 전엔 주요과목 교과서 본문을 복사해 핵심 내용이나 중요한 용어를 수정액 으로 지운 뒤 빈칸을 채워가며 암기한 내용을 확인했다. 스스로 예상 문제를 뽑아서 풀기도 했다.

안 양은 아침 시간대와 예습을 집중 활용한 ‘early bird’ 형 학습법으로 1학년 2학기 반 5등, 2학년 1학기 반 3등으로 성적을 올렸다. 안 양은 “나에게 딱 맞는 공부법을 개발하는 게 공부의 시작인 것 같다”며 “꼼꼼히 공부한 뒤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