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님’들의 귀한 경험 쌓기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위한 기업들의 수험생 마케팅이 활발하다. 자동차 공장 투어로 예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거나 여학생들을 위한 화장품 교육도 실시된다. ‘주도(酒道) 특강’에 나선 주류업체도 있고 ‘유비쿼터스 특강’으로 수험생들의 정보기술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사진 제공 각 업체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위한 기업들의 수험생 마케팅이 활발하다. 자동차 공장 투어로 예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거나 여학생들을 위한 화장품 교육도 실시된다. ‘주도(酒道) 특강’에 나선 주류업체도 있고 ‘유비쿼터스 특강’으로 수험생들의 정보기술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사진 제공 각 업체
수능 마친 수험생은 생활현장 체험… 기업은 예비고객 확보

車 - 선박 생산라인서 살아있는 경제공부

화장법 - 酒道특강 등 호기심도 충족시켜

기업 “제품 기억해준다면…” 마케팅 확산

24일 광주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 1공장.

깜찍한 외모로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 회사의 신모델 복합개념승용차(CUV) ‘쏘울’이 생산되는 공장에 모처럼 ‘귀한 손님’들이 줄지어 섰다. 이날 공장 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은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광주 대광여고 상무고 3학년생 800여 명.

평소 ‘예비 오너드라이버’로 꿈을 키워 온 이들은 회사 측으로부터 차종별 생산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쏘울 생산라인으로 옮겨 한 칸 한 칸 옮겨갈 때마다 모습을 갖춰가는 자동차 조립공정을 지켜봤다.

○“고3 예비 고객을 붙잡아라”

초유의 경제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을 겨냥한 기업들의 ‘고3 마케팅’ 열기는 뜨겁다.

견학투어는 아직 특정상품이나 기업 등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의 고3 예비 고객들에게 강력한 ‘각인(刻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여기에 들뜬 학생들을 묶어 놓을 만한 뚜렷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하는 교육 당국과 학교의 수요도 맞아 떨어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김창희(40) 차장은 “수험생들에게 새로운 삶의 현장을 보여 줄 수 있고 곧 운전면허증을 따 차를 운전하게 될 학생들이 우리 차를 기억해 주면 더욱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교사들도 즐거운 반응을 보인다.

대광여고 3학년 박영은(18) 양은 “평소 길거리에서 만났던 새 차 쏘울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광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 공장의 의미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마재일(47) 교사는 “자동차 공장 견학은 우선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데다 학교 수업에만 치중해 온 학생들에게 한국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는 생생한 경제 수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선박, 주류 화장품회사까지 ‘고3 학생 환영’

자동차 선박 등 대기업계열 생산현장을 필두로 시작된 ‘수험생 마케팅’은 최근 소주 맥주 화장품 정보통신 업종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이날 전남 장성읍 영천리 보해양조 장성공장에도 고3 ‘예비고객’들이 버스에서 줄지어 내렸다. 이 회사는 수능을 마친 학생을 대상으로 공장견학을 포함한 ‘주도(酒道) 특강’을 마련했다. 다음 달까지 광주체고 전남공고 등 모두 12개 학교 5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하이트맥주 전주공장도 고3 학생을 초청해 ‘주도 캠프’를 열어 전주 시내 10여 개 고교 3000여 명이 다녀갔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2000년부터 9년째 대입 수험생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홍보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버스를 타고 선박 건조과정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아모레퍼시픽 부산사업본부는 부산경남지역 30개 고교 수험생을 초청해 기초 미용법과 포인트 메이크업법 등 사회 초년생에게 필요한 미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성남 SK C&C는 서울 경기 일대 30개교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유비쿼터스 특강’을 시작해 U-시티, 스마트카드, 가상현실(VR) 등 신개념 정보기술을 전문가 12명이 알려준다.

경남 창원 LG전자도 최근 진해여고 창원경일여고 등 고3 학생 6000여 명을 초대해 ‘LG 청소년 음악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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