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삼청각, 도심 전통호텔로 거듭난다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2시 59분


1970, 80년대 요정 정치의 산실이었던 서울 성북구 삼청각이 외국 귀빈과 사업가들을 위한 고급 컨벤션 홀 및 호텔 시설로 바뀐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은 삼청각은 주변에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많아 서울 내 가장 한국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사진 제공 파라다이스㈜
1970, 80년대 요정 정치의 산실이었던 서울 성북구 삼청각이 외국 귀빈과 사업가들을 위한 고급 컨벤션 홀 및 호텔 시설로 바뀐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은 삼청각은 주변에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많아 서울 내 가장 한국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사진 제공 파라다이스㈜
200명 수용 컨벤션 홀-게스트하우스 신설 외국관광객 유치

주위에 대사관 밀집-자연경관 좋아 입지 최적

민간업체에 20년간 운영권 준 뒤 기부 받기로

서울 성북동 삼청각(三淸閣)이 외국 귀빈이나 사업가들을 위한 전통 호텔 시설로 바뀐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삼청각 내부에 최대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홀과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를 신축하기로 했다.

24일 서울시의회 양창호(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삼청각 재(再)조성을 위한 용역 결과보고’에 따르면 시는 삼청각을 중소 규모의 국제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전통적 외교 및 비즈니스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시는 이르면 올해 안에 삼청각을 외국인들을 위한 컨벤션 홀 및 숙박시설로 바꿔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이다.

○ 고급요정에서 최고급 숙박시설로

1972년 건립된 삼청각은 1970, 80년대 요정정치의 산실로 이름을 떨쳤다. 여야를 막론하고 고위 정치인들이 단골로 드나들었고 한일회담의 협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손님이 줄어 1990년대 중반 예향이란 이름의 일반음식점으로 바뀌었으나 경영난으로 곧 문을 닫았다.

서울시는 2001년 초 삼청각 건물과 대지를 매입해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2001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했고, 2005년부터는 파라다이스㈜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삼청각은 전통문화공연장과 한식당, 카페 등을 갖춘 일화당과 5채의 별채(취한당, 천추당, 청천당, 동백헌, 유하정)로 구성되어 있다.

삼청각은 주변에 29개의 외국 대사관저가 있고 산수가 조화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데다 용적률의 50% 이상을 전통 공연 등 문화시설로 활용해야 하는 규정에 가로막혀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서울시는 도심 속에서 가장 한국적인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청각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화당 뒤편에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홀을 만든다. 삼청각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컨벤션 홀을 지하에 집어넣고 지상에는 조경 시설을 갖춘다.

또 취한당과 동백헌을 외국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하고, 컨벤션 홀 뒤편에도 별도의 게스트 하우스를 신축할 계획이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총 160억 원, 컨벤션 홀에는 총 24억 원의 건설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접근성을 개선해 내국인에게도 우리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 창출이 관건

서울시는 이 사업에 민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건물 신축을 맡는 민간 사업자에게 20년 동안의 운영권을 주고 20년 뒤에는 기부받는 방식이다.

현재 삼청각의 재조성 사업에 몇몇 민간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01년부터 삼청각을 운영한 세종문화회관은 매년 1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2005년부터 삼청각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도 지난해 말까지 총 27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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