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눠먹기’에 교원성과급 하나마나

  • 입력 2008년 11월 25일 03시 00분


“2년차는 B등급, 3년차는 A등급” 교사 투표로 룰까지 정해

일단 받은 뒤 나누는 ‘n분의 1’도 성행

“사실상 제재수단 없어” 교육청 팔짱만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직사회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2002년부터 도입한 교원 차등성과상여금(성과급)이 사실상 ‘나눠 먹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학교에서 차등 지급의 기준이 되는 교원 성과 등급을 산정할 때 근무연한 등에 따라 돌아가며 최고 등급을 주는 등 ‘순환등급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더욱이 이처럼 차등 지급된 성과급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한데 모아 똑같이 나눠 갖는 ‘n분의 1 균등분배’도 공공연히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산된 차등성과급=서울 D중학교는 지난달 중순 전체 교직원 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순환등급제 도입을 결정했다.

교장은 등급책정위원회를 구성해 교사들의 개별성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전교조 교사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이 안건이 회의에 부쳐졌다.

D중학교는 이 학교 5년 근무를 기준으로 ‘1년차 C등급→2년차 B등급→3년차 A등급→4년차 C등급→5년차 B등급’ 순으로 돌아가며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같은 연차일 경우 호봉, 호봉까지 같으면 생년월일 순으로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또 전체 교사 53명 가운데 40여 명이 n분의 1 균등분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환등급제’나 ‘n분의 1 균등분배’는 모두 전교조가 교과부의 차등 성과급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안한 방법이다.

서울 N중학교도 일부 교사가 전체 교직원에게서 서명을 받아 교과부 기준을 모두 무시하고 근무연한을 따져 순번식으로 등급을 부여했다.

전근한 교사는 성과에 상관없이 일괄 B등급, 병가와 산후휴가 이외에 2개월 이상 휴직한 교사에 대해서도 일괄 최하 등급(C등급)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세부 기준까지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난 속 제제 수단은 없어=교과부는 차등 성과급으로 올해 1조800억 원을 배정했다. 등급이 세 개로 나뉜 경우 올해 성과급 기준액은 △A등급 314만3000원 △B등급 281만2450원 △C등급 256만4530원으로 A등급과 C등급 간 차이는 57만8470원이다.

교과부는 또 △수업시간 수 △학생상담 실적 △담임 여부 △지도학생 수상 실적 △동아리 활동 지도 △연구대회 입상 실적 △포상 실적 등 30여 개 항목을 토대로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성과급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교원들이 평가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데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반대 투쟁을 주도하면서 나눠 먹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순환등급제나 균등분배 모두 성과급 취지에 어긋나 문제가 있다”면서 “개별 학교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관할 교육청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들이 교육청에 순환등급제를 도입했다고 보고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상기 대표는 “차등 성과급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우수교사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므로 100% 차등 지급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경쟁을 회피하고 서로 좋은 식으로 나눠 먹는다면 차라리 성과급을 없애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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