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24일 오전 9시 반)
“정화삼 씨의 청탁이 있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오전 11시 반)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향 근처 사람 민원이 있는 것 같으니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오후 11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사진) 씨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에 대해 24일 하루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이 무관치 않음을 시인했다.
노 씨는 이날 오전 9시 반경 경남 김해시의 자택으로 찾아간 동아일보 기자에게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왜 내 이름이 거명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했다.
그는 “(정화삼 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내 이름이 거론돼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1억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 돈이 있으면 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겠나. 검찰이 부르면 나간다. 그러나 은행을 뒤져도(계좌 추적) 나올 게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화삼 씨는 동생(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고, 동생 일을 도와주고 해서 아는 사이이다. 절친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화삼 씨의 동생 광용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안면 정도만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 씨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을 안다고 해서 내가 부탁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과의 친분관계에 대해 그는 “그가 경남 밀양시 삼랑진농협조합장으로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만 했다. 정 전 회장은 1975∼1998년 삼랑진조합장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노 씨는 2시간 뒤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화삼 씨가 한번 찾아와서 세종증권 관련 얘기를 하면서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화삼 씨가 소개시켜 달라는 사람이 정 전 회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정 씨가 자신에게 정 전 회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인정한 것.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경 노 씨는 정 전 회장을 소개한 사실을 시인하고 나섰다.
노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종캐피탈의 홍기옥 대표와 정광용 씨가 찾아와서 세종증권 인수 얘기를 했다”면서 “그 다음날 내가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향 근처 사람인데 민원이 있는 거 같다. 그들이 연락하면 이야기를 들어봐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노 씨는 세종캐피탈 측과 이들에게 29억여 원을 받은 정 씨 형제의 부탁을 받고 사실상 정 전 회장에게 증권사 인수 관련 청탁을 한 것을 이날 밤 늦게 시인한 셈이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