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취업시즌 때마다 실무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대학 교육에 대해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푸념이 한몫했다. 특히 이런 불만은 기업용 인재와 애당초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인문사회계열 졸업자에게 집중된 듯하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532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년제 대학 인문사회계열 졸업 신규 인력에 대해 70.3%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 같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는 최선책으로 경영학 이중전공을 선택한다. 기업 채용 시 인문사회계열 학생이 전공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는 경영학이 거의 유일하다.
그 때문일까. 매학기, 아니 방학까지 포함한 계절학기 동안에도 경영학 전공 수업에는 학생이 차고 넘친다. 전과(轉科)라는 방법으로 과감하게 경영학을 택한 학생도 수두룩하다. 경영학 자체에 대한 선호가 선택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맞춤형 인재가 되기 위해 이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학생이 상당수다.
기업용 인재는 신입사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기존 사원의 재교육에 대한 투자 등으로 기업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실무와 교육이 밀접하게 연관된 이공계는 차치하더라도 학문적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임무에 상대적으로 충실한 인문계열에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사원 교육훈련에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비용이 전체 노동비용 중 0.8%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취업용 맞춤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의 불만에는, 정작 자신들에게 주어진 교육의 의무를 망각하는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김태성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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