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정집 안방까지 볼 수있는 방범 CCTV 상황실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경찰 순찰땐 용역직원만 근무

사생활 침해 우려… “운영지침-책임소재 정비를”

“용역업체에서 보낸 사람을 전과 조회만 하고 쓰다 보니 다양한 사람이 모니터요원으로 옵니다. 보통은 상황실에 경찰관과 함께 있지만 경찰이 순찰을 나가고 나면 그 사람이 혼자서 주택가 방범 폐쇄회로(CC)TV를 줌으로 당겨 유리창을 통해 가정집 내부를 볼 수도 있죠.”

서울 양천경찰서는 목동과 신정동 등 주택가 밀집지에 배치된 49대의 CCTV를 관리하는 ‘방범 CCTV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경찰관 1명과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모니터요원 1명이 함께 근무한다. 경찰은 CCTV로 송출되는 화면을 보면서 관할 지역의 동향을 살피고 민간인 모니터요원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그러나 이 관제센터 경찰관들은 양천경찰서 신정1지구대의 방침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 상황실을 모니터요원에게 맡겨두고 하루 4시간씩 방범 순찰을 돌고 있다.

손임규 지구대장은 “경찰관이 하루 종일 CCTV 화면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는 게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며 “모자라는 순찰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관제센터 직원들에게 순찰 업무를 병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역업체 직원이 관제센터에 혼자 남게 될 경우, 자유롭게 CCTV 카메라를 조작해 유리창을 통해 가정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상황실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경찰 간의 무전 교신 내용도 들을 수 있다.

관제센터에서 근무하는 모니터요원들은 인력송출회사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전과 조회만 거쳤을 뿐 별다른 신분 보장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CCTV를 악용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매년 용역업체와 인력공급 계약을 하고 임금을 지불하지만 모니터요원의 배치와 관리는 용역회사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목동 주민 김모(31) 씨는 “도둑 잡으라고 동네 구석구석에 CCTV를 달도록 허락했는데 민간인한테 카메라 감시를 맡기면 그 사람이 어디서 뭘 보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런 사정은 다른 경찰서 관제센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근무 중인 경찰관이 병원 치료 등 개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거나 소속 지구대로 이동해 식사를 하는 동안 모니터요원 혼자 상황실을 지키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경찰관과 모니터요원의 관제센터 합동근무는 2003년부터 시작된 제도. 상황실에 경찰관이 두세 명 근무했으나 경찰력을 범죄자 검거에 집중하기 위해 경찰을 줄이고 일부를 민간인으로 대체한 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CCTV와 관련해 인권침해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CCTV를 감시하는 민감한 업무를 용역업체 직원에게 맡긴다면 사생활 침해 논란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며 “인력·예산상의 한계로 민간의 도움을 받더라도 운영지침과 책임 소재부터 우선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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