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들이 재정압박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대학생 자녀를 둔 서민 가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은행 창구에 가면 여전히 좁은 문이다.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융자금을 갚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꺼린다.
저소득층 무상학자금이나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자금 대출제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를 설계할 때가 됐다. 고등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만큼 대학 등록금 마련도 기본적으론 개인 책임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82.8%나 되고 고등교육이 계층 상승의 통로인 현실에서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 가난의 대물림이 확산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호주 등이 시행하는 소득연계 학자금대출제도(Income Contingent Loans)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에게 충분한 학자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되 나중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국세청이 대출금을 원천징수하는 제도다. 소득이 없는 기간에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어 학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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